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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쏘카 이재웅 퇴진, 낡은 정치가 낳은 비극

현 국회는 혁신 훼방꾼
차기 21대는 달라지길

이재웅(52)이 지난주 쏘카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이 전 대표는 13일 페이스북에 "어쨌든 저는 졌다"고 말했다. 그는 "제가 사회를 충분히 설득하지 못한 탓이 크다"며 "책임을 지고 쏘카 대표이사직을 사임한다"고 말했다. 지난 6일 국회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 일명 타다금지법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타다처럼 렌터카에 기반을 둔 차량호출 서비스에 대못을 박았다. 타다는 조만간 핵심사업인 베이직 서비스를 접는다.

사전규제는 한국 경제를 옥죄는 주범이다. 타다금지법은 그 최신 버전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6일 기자간담회에서 "타다가 새로운 플랫폼 업체로 등록하면 사업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주장에 대해 이재웅은 일찍이 "야구선수를 지망하는 학생에게 축구를 하라고 하는 격"이라고 비판한 적이 있다. 심지어 "정치인이 설계한 혁신 제도 내로 들어오라는 것은 폭력이다. 국가의 권력 남용이다"라고까지 했다.

포지티브 규제, 곧 사전규제는 정부가 미리 금을 긋고 그 안에서만 놀라고 한다. 제조업 위주의 개발시대엔 이런 방식이 통했다. 정부가 세운 가이드라인 아래서 한국 경제는 일사불란하게 움직였고, 그 덕에 고도성장을 이뤘다. 하지만 창의력을 중시하는 21세기 혁신시대에 사전규제는 경제를 망치는 지름길이다. 정부가 맨 앞에서 전투를 지휘하던 시대는 끝났다. 미국 경제는 트럼프 행정부가 아니라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리스와 같은 혁신기업이 이끈다. 사회주의 중국에도 알리바바, 텐센트, 화웨이처럼 세상을 놀라게 하는 기업들이 있다.

규제는 정치를 먹고 산다. 4·15 총선을 앞둔 20대 국회 정치인들은 혁신보다 표를 우선했다. 국회는 법원의 판결까지 외면했다. 지난 2월 서울중앙지법은 이재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타다 서비스를 합법으로 본 것이다. 하지만 국회는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하기는커녕 아예 법을 바꿔 타다와 이재웅에게 올가미를 씌웠다. 15세기 오스만제국 술탄은 당시 혁신기술이던 인쇄를 금지하는 명령을 내렸다. 기득권층인 필경사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18세기 초 이스탄불에서 활동하던 필경사는 무려 8만명에 달했다고 한다.
"(대런 애쓰모글루·제임스 로빈슨 공저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벤처 1세대 이재웅의 퇴진은 한국 정치가 낳은 비극이다. 19세기 영국의 붉은깃발법을 반면교사로 삼자고 외치던 나라에서 되레 한국판 붉은깃발법, 곧 타다금지법을 만들었다. 21대 국회는 달라지길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