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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긴박한 美 연준, 한박자 늦은 한국

코로나 위기 대응 딴판
경제 현실 똑바로 봐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15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또 내렸다. 폭도 1%포인트로 컸다. 이로써 미국 기준금리는 0.0~0.25% 수준으로 내려왔다. 7000억달러 규모의 양적완화(QE) 계획도 밝혔다. 제롬 파월 현 의장은 금융위기 당시 벤 버냉키 의장이 내린 처방을 따랐다. 이는 연준이 현 코로나19 위기를 금융위기와 같은 수준으로 보고 있다는 뜻이다.

 연준의 행보에선 긴박감이 느껴진다. 파월 의장은 불과 열이틀 전인 지난 3일 임시회의를 소집해 금리를 0.5%포인트 내렸다. 하지만 시장 반응이 신통치 않자 2차 인하로 맞대응했다. 그는 일요일에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을 불러모았다. 원래 연준은 17~18일(현지시간) 정례회의가 잡혀있다. 그러나 파월 의장은 단 이틀도 허송세월할 여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한국은행도 뒤늦게 나섰다. 한은은 16일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내렸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0.75%가 됐다. 사상 첫 0%대 기준금리다. 한은으로선 가보지 않은 길이다. 하지만 가야 할 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주 청와대로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이주열 한은 총재를 불러 '전례 없는 대책'을 당부했다. 코로나19 사태가 몰고 올 파장은 예측불허다. 이럴 땐 늑장대응보다 차라리 과잉대응이 낫다.

 정부도 좀더 민첩하게 움직이길 바란다. 여태껏 내놓은 대책이 달랑 11조7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뿐이다. 여기서 세입경정 3조2000억원을 빼면 진짜 추경은 9조원에도 못 미친다. 비상회의 성격을 갖는 녹실회의(10일)에서 내놓은 대책도 증시 공매도 규제를 강화하는 데 그쳤다. 문 대통령이 당부한 전례 없는 대책은 감감무소식이다.

 금융위기 직후 이명박 대통령은 경제 사령탑을 교체했다. 2009년 초 새로 소임을 맡은 윤증현 기재부 장관은 그해 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3%에서 마이너스 2%로 무려 5%포인트 낮췄다. 경제에 긴장을 불어넣기 위해서였다. 전략은 통했다. 그해 성장률은 0.8%에 달했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전직 고위관료는 "청와대 벙커에서 경제팀이 170회가량 회의를 가졌다"고 기억한다. 한국은행도 회의에 수시로 참석했다.

 홍남기 부총리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 2.4%를 고수하고 있다. 잘못이다.
현실에 맞게 이 숫자부터 고쳐야 한다. 4.15 총선 앞두고 정치권 눈치 볼 때가 아니다. 올바른 정책은 올바른 현실인식에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