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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코로나 파도, 한미 통화스와프로 방파제 쌓길

코로나19 사태가 세계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국내 증시는 연일 폭락세다. 특히 원·달러 환율이 급등할 기미가 불길하다. 국가·기업의 신용 하락과 함께 달러가 썰물처럼 빠져나갔던 2008년 금융위기 전야의 악몽을 떠올리게 되면서다. 그런 맥락에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2010년에 종료된 한·미 통화스와프 재체결 가능성을 열어둔 것은 시의적절한 선택으로 비친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17일 원·달러 환율은 장중 기준으로 4년여 만에 최고치인 1240원까지 치솟았다. 그렇다고 해서 1997년처럼 외환위기를 걱정할 계제는 아니다. 1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현재 외환보유액이 4019억7000만달러로, 간당간당한 수준이었던 외환위기 당시와는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환보유액의 적정성에 대해 시장의 의구심은 여전한 게 문제다. 지난 13일 원·달러 스와프포인트 1개월물 가격이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진 게 그 증좌다. 스와프포인트 가격이 내려간다는 건 외환시장에서 달러 수요가 그만큼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더군다나 범세계적 코로나 충격파로 인해 환율이 오르면 수출이 늘어나는 무역원리도 통하지 않고 있다. 외국인 자금이 국내 증시에서 빠져나가면서 경상흑자마저 급감한다면 우리로선 그야말로 복합 위기다. '달러 가뭄' 현상이 더 심화되기 전에 선제적인 조치를 취해야 할 이유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300억달러 규모의 한·미 통화스와프가 외환 유출을 막는 심리적 방파제 구실을 톡톡히 하지 않았나.

그래서 이 한은 총재도 "한·미 통화스와프는 훌륭한 안전판"이라고 했을 것이다. 물론 한은이 추진 의사를 공표하지 못하는 속사정도 일면 이해된다.
먼저 미국에 이를 요구하는 모양새가 되면 외려 시장불안을 자극하거나, 통화 교환비율 협의에서 불리해질 수 있어서다. 하지만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도 며칠 전 사설에서 작금의 금융시장의 공포를 가라앉히기 위해 한국 등과의 통화스와프 계약을 맺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은이 이왕 통화스와프가 외환시장의 안정에 유효한 수단임을 인정한다면 지금이 미 연준과 물밑 협의를 시작할 적기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