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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자산도 싫다, 닥치고 현금화"… 주식·채권·금 동반 폭락 [미국경제 최악 위기]

믿을 건 오직 현금뿐
다우지수 3년여만에 2만 무너져
美 국채마저 매도 곳곳 신용경색
헬리콥터 머니 부작용?
美 재정적자에도 1조달러 퍼부어
기업 자금조달 시장에도 ‘쓰나미’

"안전자산도 싫다, 닥치고 현금화"… 주식·채권·금 동반 폭락 [미국경제 최악 위기]
금융시장이 코로나19 공포로 팔릴 만한 것은 무엇이든 팔아치우는 새로운 단계에 진입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8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투자자들이 안전자산, 위험자산 가리지 않고 현금 확보에 나서면서 주식부터 채권, 금 등에 이르기까지 모든 자산 가격이 폭락했다. 막대한 재정정책 약속에 오름세를 탔던 장세가 하루를 못 갔다. 뉴욕증시의 다우지수는 6.3% 폭락한 1만9898.92로 장을 마쳐 3년여 만에 처음으로 2만 선이 무너졌다. 장중 낙폭이 2300포인트를 웃돌았고, 지난 한달 새 주가가 30% 넘게 빠졌다.

안전자산 국채와 신용도가 높은 투자등급 회사채들도 '닥치고 현금화' 매도세를 비켜가지 못했다. 위험자산을 내다팔 때는 대개 국채 같은 안전자산을 사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코로나19로 모든 것이 불안해진 투자자들은 국채도 내던졌다.

현금과 거의 같은 것으로 간주되는 1개월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16일 0.31%에서 이날 0.0033%까지 하락하며 수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지만 기준물인 10년 만기 국채를 비롯해 대부분 국채 수익률이 뛰었다. 채권 수익률은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투자업체 리서치 어필리에이츠의 롭 아노 창업자는 "금·은마저 붕괴할 때는" 공포로 유동성이 말라붙었다고 볼 수 있다면서 "지금 미국에서는 어느 곳에서도 화장지를 찾을 수 없듯이 자본시장에서는 유동성을 찾아볼 수가 없다"고 말했다.

JP모간체이스의 글로벌 시장전략가인 니콜라오스 패니거초글로도 "숨을 곳이 거의 없다"면서 "금융시장 전반에 걸쳐 신용경색이 빚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패니거초글로는 가장 안전한 대기업 채권을 보유한 채권펀드들도 강한 매도 압력에 놓여 있다면서 이는 중앙은행의 노력이 무색하게 기업들의 자금조달 비용을 뛰게 만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 연방준비제도는 3일과 15일 기준금리를 각각 0.5%포인트, 1%포인트 인하한 바 있다.

국채 매도세는 전날 발표된 대규모 재정정책의 부작용이기도 하다. 항공사 구제금융 500억달러, 보잉 구제금융, 미 1인당 1000달러 안팎의 직접보조금 등 백악관이 추진 중인 재정정책에 1조달러 넘게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미 막대한 재정적자를 안고 있는 행정부가 또다시 대규모 국채 발행에 나서야 재원조달이 가능하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닥치고 현금화' 추세는 기업 단기자금 조달에 핵심적 역할을 하는 머니마켓 시장에도 쓰나미를 몰고 왔다.

3개월 만기 미 국채 수익률과 은행 간 대출이자율 수익률 격차, 이른바 테드(TED) 스프레드가 2009년 초반 이후 최고치로 치솟았다. 금융상황이 안정적일 때는 은행들의 자금조달 어려움을 보여주는 이 스프레드가 거의 제로에 가깝다.


머니마켓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운 기업들이 현금확보 경쟁에 나선 것도 달러 초강세와 금융자산 폭락 배경이다. 냇웨스트마케츠의 전략책임자인 존 브릭스는 "소기업이건, 대기업이건, 펀드매니저이건 유동성과 현금이 최고인 상황이 되고 있다"면서 "지금 같은 상황은 유례가 없다"고 말했다.

M앤드G 인베스트먼츠의 에릭 로너건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벼랑 끝에 몰려 있는 미국과 유럽의 중소기업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면서 사업장 임대료부터 직원 급여에 이르기까지 단기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영국 소기업들은 벌써부터 가능한 이자 지급을 늦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