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

'新쇄국' 지구촌, 경제 후폭풍 우려 [전세계 '코로나 셧다운']

美·유럽·중남미 잇따라 국경폐쇄
인적·물적교류 봉쇄에 무역 위태

【 베이징=정지우 특파원】 코로나19 확산에 맞서 각국이 국경의 장벽을 높이고 있다. 자유무역주의가 실종되고, 현대판 신고립주의가 등장할 판이다. 국가 간 인적·물적 교류가 전면 봉쇄되는 양상으로 치달으면서 세계경제에 후폭풍이 우려된다.

세계경제의 흐름을 좌지우지하는 미국은 18일자(현지시간)로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이민·비이민 비자발급 관련 업무를 모두 취소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한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독일, 스페인 등에만 적용하던 조치를 세계로 확대한 것이다.

주한 미국대사관은 "코로나19 유행에 따른 전 세계적 난관에 대응하고자 미 국무부에서 국무부 여행경보 기준 제2, 3, 4단계 경보가 발령된 국가에서 정규 비자업무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미국의 전면봉쇄 조치는 타국엔 따라 할 수 있는 사례가 될 수 있어 주목된다. 코로나19 초기 때 미국의 중국 14일 여행객 입국금지 조치도 여러 나라가 이어받았다.

코로나19가 발병 초기에 타국의 봉쇄정책을 비난했던 중국은 최근 자국 내 전염이 완화되자 오히려 강도 높은 외부통제를 시작했다. 전날 하루 동안 중국 본토에서 신규 감염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은 반면 해외 역유입 감염자가 34명까지 치솟는 등 상황이 갈수록 악화되자 대응도 강화했다.

수도 베이징은 일부 국제선을 인근 도시에 우선 착륙시키는 방역절차를 20일부터 시행한다고 주중 한국대사관이 밝혔다. 베이징에 도착하는 에어차이나 등 자국 항공사의 일부 국제선 항공편 탑승객은 톈진 등 인근 도시에 내려 검역절차를 먼저 거쳐야 한다. 여기서 무증상이 나와야 베이징으로 들어올 수 있다.

베이징 입성에 성공해도 해외입국자는 14일간 강제격리를 해야 한다. 비용은 자부담이다. 70세 이상 고령자, 14세 이상 미성년자, 임산부, 기저질환 환자 등은 자가격리 대상이 될 수 있지만 입국 전에 거주지 자치위원회의 심사를 거쳐야 한다.

유럽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이탈리아 등 일부 유럽국가는 사실상 통제 불가능한 상태로 치닫는 중이다. 유럽연합(EU) 국가 중 아일랜드를 제외한 26개국에 노르웨이, 스위스 등 30여개국이 국경을 폐쇄키로 결정했다.

EU 통합의 근간으로 불리는 '솅겐조약'이 위기를 맞았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솅겐조약은 1985년 벨기에, 프랑스, 독일,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5국이 사람과 물자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한 데서 시작했으며 현재 유럽 26국이 가입돼 있다.

칠레와 과테말라, 콜롬비아, 페루 등 중남미도 순차적으로 국경봉쇄 조치에 들어갔고 러시아 역시 전날을 기점으로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했다.


존 덴턴 국제상공회의소(ICC) 사무총장은 최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인터뷰에서 "국경은 닫고, 화물은 되돌려 보내며, 공급체인은 재설계하고 있다. 모든 경제영역에서 국경봉쇄의 영향을 체감하고 있다"면서 "전면적 무역전쟁에 대해 생각해보면 그게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고 경고했다.

영국 경제분석회사인 캐피털이코노믹스(CE)는 17일(현지시간) 내놓은 긴급 보고서에서 "국경봉쇄가 4~5개월 이어지면 여행관련 산업의 매출이 50% 정도 줄어든다"고 관측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