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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공포, 한국호어디로]“과거 위기보다 심각한데…뒤늦게 응급실도 아닌 입원실 운영하는 꼴“

[파이낸셜뉴스] 문재인 정부에서 지난 17일 첫 비상경제회의를 개최하자, ‘이명박 대통령(MB)식 비상체제’를 가동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에 대해 당시 금융위원장을 맡았던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은 22일 “동의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2008년 9월 15일 미국의 투자은행 리먼브라더스가 파산하자마자 이명박 전 대통령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총재, 청와대 경제수석을 중심으로 하는 긴급회의를 일주일에 3~4차례씩 열었다.

전 이사장은 당시 상황에 대해 “초동대응이 중요하다는 대통령 판단 아래 수시로 모였다. 우리는 자유롭게 의견을 내고 난상토론을 벌였다. 이견이 나오면 대통령이 가르마를 타기도(중재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명박 정부는 사태가 진정되기 시작한 2009년 1월부터 ‘비상경제대책회의’로 회의 형태를 완화했다. ‘워룸(War Room)’ 또는 ‘벙커회의’로도 불리는 회의다. 참석자 폭은 10명 안팎으로 늘어났다. 국민경제자문회의위원을 비롯한 민간 전문가들도 참석했다.

전 이사장은 “병원으로 따지면 ‘응급실’에서 ‘입원실’로 옮긴 것”이라고 정리하면서 “현 정부는 ‘응급실’ 운영은 사실상 안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 이사장은 문재인 정부의 비상경제회의는 ‘입원실’급인 비상경제대책회의와 비슷하다고 본다. 비상경제회의에는 경제부총리, 산업통상자원부·중소벤처기업부 장관, 국무조정실장, 금융위원장, 청와대 비서실장·정책실장·경제수석 등이 참석한다. 넓게는 다른 중앙 부처 장관들과 국민경제자문회의, 민간 경제단체장, 노총 위원장, 연구기관장, 기업인 등도 참석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전 이사장은 “인원이 많아지면 다급한 정책 이슈를 결정하는 데 적절치 않다”며 “4~5명 중심의 ‘응급실’ 처방이 즉각적인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나마도 운영 시작 시기가 너무 늦다고 전 이사장은 지적했다. 그는 “코로나19가 국내에서 확산되고 미국, 유럽 등 주요국에서 퍼진 지 꽤 됐는데 이제 와서 비상경제회의를 개최했다는 점은 아쉽다”고 평가했다.

1997~1998년 외환위기 때도 ‘신속성’을 기초로 긴급회의체제가 운영됐다. 김대중 정부는 출범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경제대책조정회의 가동을 시작했다. 당시 이규성 재정경제부 장관, 전철환 한은 총재, 진념 기획예산위원장, 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 등이 자유롭게 머리를 맞댔다.

ktop@fnnews.com 권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