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경제팀 흔들면 안돼
역량 발휘할 수 있는 여건부터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경질하겠다는 발언은 자해행위다."
1998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를 헤쳐온 전직 경제수장들은 "홍 부총리에게 힘을 실어줄 때"라고 입을 모았다. 지금 정치권이 경제팀을 흔들면 적기에 정책을 펼칠 수 없다면서 강한 어조로 정치권을 비판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1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추가경정예산안을 짜온 홍 부총리에 대해 "이렇게 소극적으로 나오면 나라도 물러나라고 할 수 있다"고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금융위원장을 지낸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은 22일 "우선 경제팀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을 주고, 그래도 안 되면 쇄신을 고민해야 한다"며 "이해찬 대표의 경제부총리 경질 발언은 위기 국면에서는 자해행위다. 재정건전성을 생각하는 홍 부총리의 언어는 재정담당 장관으로서 당연한 언급"이라고 지적했다.
전 이사장은 "정부의 위기대응팀에 소속된 멤버의 능력과 성향이 차이 날 수 있다"면서 "어떤 이는 거시경제, 어떤 사람은 금융 등 주특기가 각자 다른데 경제팀이 능력이 없다고 판단하는 건 매우 무리한 것이다. 특히 위기에 경제팀이 힘 있게 일을 하려면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위기 이후 공적자금관리위원장, 한국은행 총재를 잇따라 맡았던 박승 전 한은 총재도 "정치권에서 경제팀이 리더십을 발휘할 수 없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입을 모았다.
박 전 총재는 "재정이 중심 역할을 해야 하는데 (홍 부총리가) 국가부채, 재정건전성에 묶여 과감한 정책을 못하고 있다"며 "홍 부총리가 재정건전성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지금은 재정건전성을 걱정할 시기가 아니다. 재정건전성을 훼손하더라도 난국 극복이 먼저"라고 조언했다.
지식경제부 장관을 지낸 최중경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 역시 "우리 정부에 위기관리 전문가는 따로 없다"며 "홍 부총리에게 힘을 실어주고, 홍 부총리는 소신을 갖고 경제정책을 펴가면 된다"고 말했다.
김경민 김서연 예병정 권승현 기자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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