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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결국 올림픽 연기 언급...IOC "4주내 최종 결정"

IOC, 아베 총리, 연기 처음으로 공식 언급 
올림픽 개최 연기시 일본 경제 8조원 이상 손실
개최 취소시엔 90조원 타격
올림픽 연기해도...국제 스포츠계 일정 빼곡해
일정 잡기 쉽지 않아 '산 넘어 산' 

아베, 결국 올림픽 연기 언급...IOC "4주내 최종 결정"
[도쿄=AP/뉴시스] 23일 마스크를 낀 시민들이 일본 도쿄의 올림픽 박물관을 지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속도가 높아지는 가운데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오는 7월 일본에서 개최 예정된 도쿄올림픽의 취소 가능성을 제기했다.

【도쿄=조은효 특파원】 올림픽 개최와 관련 최종 결정 권한을 가진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개최국 정상인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도쿄올림픽·패럴림픽(오는 7월24일 개막 예정)의 '연기'를 처음으로 공식 언급했다. 코로나19가 일본은 물론이고 유럽·미국 등지에서 이미 대유행 국면에 접어든 만큼 정상 개최는 이미 물건너간 상황. 올림픽 강행에 대한 국제적 비난 여론에 일본 정부의 입김까지 더해지면서, IOC는 결국 올림픽 연기를 포함한 방안을 검토해, 4주 내에 최종적인 답을 내겠다고 했다.

먼저 아베 총리의 '연기' 발언은 23일 참의원(상원격)예산위원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나왔다. 아베 총리는 IOC가 연기를 포함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제가 말씀드린 '완전한 형태'로 실시한다는 방침과 (IOC가)결을 같이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IOC가 22일(현지시간)오후 스위스 로잔에서 긴급이사회 개최 후 도쿄 올림픽 연기가 하나의 선택사항이라고 발표한 데 대해 일종의 쐐기를 박는 발언이었다. 아베 총리는 자신이 언급한 '완전한 형태'에 대해서는 "규모를 축소하지 않고 관객도 함께 감동을 맛보게 한다는 방침 아래 준비를 착실히 진행한다는 생각을 말한 것"이라고 재차 설명했다. 그러면서 "내 생각에 대해 어젯밤(22일)(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 모리 회장에게도 이야기했고, 모리 회장이 바흐 IOC 회장에게도 이야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IOC가 대회 강행론에서 후퇴한 게 일본의 의사가 반영된 결과라는 것이다.

아베, 결국 올림픽 연기 언급...IOC "4주내 최종 결정"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로이터 뉴스1
현재 IOC나 아베 총리 양쪽 모두 '개최 취소(중지)'는 없다는 입장은 같다. 지지통신 등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IOC측은 "개최 취소는 의제가 아니다"라고 밝힌 상태. 아베 총리 역시 "(도쿄올림픽 관련) 판단은 IOC가 내리지만, 취소(중지)는 선택지 중에 없다는 점은 IOC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IOC와 일본 정부 모두 경제적으로나 인적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사실상 연기 쪽으로 '출구찾기'를 본격화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올림픽 개최 연기시, 민간 연구기관 시산으로 볼 때 일본의 경제적 손실은 약 6000억엔~7000억엔(약 6조9600억원~8조1100억원)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나아가 개최를 아예 취소할 경우엔 일본 국내총생산(GDP)의 1.4%에 해당하는 7조8000억엔(90조4000억원)의 타격이 가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아베, 결국 올림픽 연기 언급...IOC "4주내 최종 결정"
스위스 로잔 IOC본부. AP뉴시스

국제사회는 예정대로 올리픽을 개최하기 어렵다는 여론이 강하다. 이미 노르웨이, 브라질 등 각국 올림픽위원회는 7월 개최에 반대 성명을 냈으며, 미국과 영국의 육상연맹, 미국의 수영연맹 역시 대회 연기를 요구하는 등 IOC에 대한 국제적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 당초 대회 강행 입장을 피력했던 IOC 토마스 바흐 회장이 최근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다"고 입장을 선회한 것도 비난 세례를 의식한 것이다.

일본 사회도 강행해선 안된다는 여론이 높다. 요미우리신문이 이날자에 발표한 여론조사(응답자 전국 18세 이상 1077명·전화설문)에 따르면 응답자의 69%가 도쿄올림픽·패럴림픽을 '연기하는 쪽이 좋다'고 답했다. 예정대로 개최하는 것이 좋다는 답변은 17%, 취소해야 한다는 의견은 8%에 그쳤다.

하지만 연기 역시 쉬운 선택은 아니다. 이미 향후 2년 내 국제 스포츠 대회 일정이 빽빽하게 들어찼기 때문이다. 내년 여름엔 수영과 육상 분야에서 세계선수권대회가 열린다. 수영은 후쿠오카에서 7월16일~8월 1일까지 개최된다.
육상선수권 대회는 미국 오리건주에서 8월6~15일로 예정돼 있다. 축구 유럽선수권 대회 역시 2021년 6월11일~7월11일까지 열린다. 2022년 2월엔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그해 9월엔 중국에서 하계 아시안 게임이 개막한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