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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박해요" 코로나에 놀이터로 쫓겨난 헬스장 트레이너

정부 휴업 권고에 울상 짓는 헬스 업계
"공원 철봉에 운동기구 연결하고 PT 진행해"

"절박해요" 코로나에 놀이터로 쫓겨난 헬스장 트레이너
헬스 트레이너가 23일 오후 정부 권고에 따라 휴무에 들어간 서울 서대문구의 한 헬스장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소독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화상

[파이낸셜뉴스] #. 지난해 10월 최모씨(40) 권리금 3000만원에 보수비용 1500만원을 들여 충남 천안시의 한 헬스장을 인수했다. 월세와 직원 월급을 포함한 한달 유지비용은 약 800만원. 하지만 자리도 잡기 전에 이른바 '줌바댄스 집단감염' 사태가 터져 매출이 급감했고, 이번 주부터는 정부가 운영중단 권고를 내렸다. 최씨는 개업 6개월 만에 폐업 위기를 맞이했다.


정부가 실내 체육시설 등에 2주간 휴업할 것을 강력 권고하자 헬스장 운영자들은 경제적 어려움으로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제정난에 시달리던 차에 헬스장까지 휴업하게 되면서 수입이 모두 차단된 것이다.

■휴업권고.."취지는 공감하지만"
24일 업계에 따르면 '사실상' 강제성을 띤 정부의 휴업 권고에 따라 대부분의 헬스장은 문을 닫은 상태다.

영업을 강행할 경우 시설 관계자와 이용자 모두 마스크를 착용해야하고 운동기구 사용 시에는 최소 2m 이상 간격을 유지해야 한다. 헬스장에 비치된 운동복과 수건은 물론, 샤워실과 탈의실까지 이용이 금지됐다. 각 지자체는 지난 22일부터 현장점검을 통해 지침을 안 지키고 운영하다 적발된 사업주에게 최대 3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헬스장 운영자들은 코로나19 감염을 막고자 하는 정부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별도의 대책 없이 무작정 휴업하라는 방침에 생계를 위협받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6개월째 헬스장을 운영 중인 최씨는 "갑자기 주말에 휴업하라는 권고가 떨어져서 하루 아침에 문을 닫는 신세가 됐다"라며 "상황이 어려운 만큼 휴업할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조치를 일찍 취하든지, 회원들께 정리해서 공지할 시간은 줬어야 하는 거 아닌가"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차라리 줌바댄스 사태가 일어났을 때 지금 같이 휴업을 권고했더라면 경영이 이렇게 힘들어지진 않았을 것"이라며 "주변 음식점과 카페는 사람이 꽉 차서 줄 서는데 우리만 헬스장을 닫는 거 같아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절박해요" 코로나에 놀이터로 쫓겨난 헬스장 트레이너
20여년차 베테랑 헬스 트레이너인 홍모씨(48)는 코로나19 여파로 헬스장이 닫아 수입이 끊기자 인근 공원에서 PT수업을 진행했다. /사진=홍씨 제공

■프리랜서 트레이너 한달 수입 '0원'

헬스장이 닫게 되면서 밥줄을 걱정해야 하는 건 트레이너도 마찬가지다.

일반적으로 트레이너들은 PT수업을 통해 인센티브로 수입을 얻는다. 시설마다 천차만별이지만 기본급이 없는 경우가 많고, 기본급이 있더라도 100만원을 넘기 힘들다. 이 탓에 헬스장이 닫으면 수업을 못하고 보장된 월급도 없으니 수입은 자동으로 0원이 된다.

20여년차 베테랑 트레이너 홍모씨(48)는 한 달 넘게 수입이 끊기자 인근 공원 철봉에 TRX(전신 저항운동)기구를 연결해 PT수업을 여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홍씨는 "실내가 안 된다고 하니까 야외에서라도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자식이 둘인 가장으로서 손가락만 빨고 있을 수는 없지 않나. 우리에게는 절박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프리랜서 트레이너 김모씨(30)는 "지난달에는 100만원이라도 벌었는데 이번 달부터는 이마저도 어렵게 됐다"며 "헬스 트레이너라는 직업을 선택한 게 처음으로 후회된다"라고 하소연했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