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

[fn사설] 엄습하는 실업공포… 실업급여는 간당간당

미국의 수많은 대형 호텔들이 결국 대규모 직원 정리해고에 돌입했다. 전 세계 하늘길은 이미 대부분 막혔다. 각국 정부가 매일같이 국민들에게 집에 있으라고 외치는 현실 앞에서 경영 돌파구를 찾지 못한 탓이다. 메리어트인터내셔널은 전체 인력 3분의 2를 일시 해고하겠다고 밝혔는데, 최고경영자는 코로나19 충격이 9·11테러와 금융위기를 합한 것보다 크다고 토로했다.

실업공포는 지금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초유의 이동 봉쇄령에 생산·소비 일체가 파탄이 난 상황에서 실업대란은 시간문제다. 내수·수출 복합위기를 맞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고용대란이 멀지 않아 보인다. 항공·자동차·정유·전자 등 수십년간 한국 경제를 떠받쳐준 산업계는 연일 생존을 위한 특단의 조치를 내놓고 있다. 24일 아시아나항공은 다음달부터 전 직원 15일 이상 무급휴직을 골자로 한 3차 자구안을 발표했다. 저비용항공사인 이스타항공은 이날부터 전 노선 운항중단을 선언했다. 임원 전원 사표, 경영진 임금 반납, 전 직원 단축근무 등이 지금 항공업계의 생존방식이다. 머지않아 인력 구조조정 칼바람이 예고될 수밖에 없다. 여행·숙박업 등으로 여파가 확산돼 곧 일자리 수십만개가 사라질 것이란 추정도 나온다.

실직 피해는 전 업종으로 확산될 우려가 크다. 요즘 북새통을 이루는 고용센터 실업급여 창구 앞엔 숙박·음식업은 물론 제조·건설업 등 전 분야 종사자들이 줄을 서고 있다. 감원 대신 휴업 등을 통해 고용을 유지한 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고용유지지원금 신청도 빗발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4일 비상경제회의에서 "고용유지지원금을 대폭 확대하라"는 주문도 했다.

실업 공포만큼이나 걱정되는 게 실업급여 재정고갈이다. 실업급여 신청자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계속 증가해 지난 2월 10만7000명으로 다시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고용보험기금 실업급여 계정은 2024년 바닥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위기와 맞물려 시기는 더 앞당겨질 수 있다. 정부는 지난해 보험료율을 0.3%포인트 올렸지만 근본대책은 아니다. 전례 없는 위기 앞에 기업 폐업과 도산을 막으면서 동시에 기업에 의욕을 불어넣는 개선책들이 수반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