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

‘도쿄 봉쇄설’에 열도 패닉… 마트에 화장지·쌀·라면 동났다

코로나에 떠는 日 현지 표정
화장지 1인 1점 판매 제한하기도
도쿄도지사 ‘봉쇄 경고’ 기름부어
GDP 10% 56조엔 대책 준비중

‘도쿄 봉쇄설’에 열도 패닉… 마트에 화장지·쌀·라면 동났다
26일 도쿄 미나토구 소재 한 마트에 쌀과 화장지 매대가 비어 있다. 사진=조은효 특파원
【 도쿄=조은효 특파원】 도쿄봉쇄설에 대한 공포로 일본 열도가 뒤숭숭하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언제 도쿄가 봉쇄될지 모른다는 불안감 속에 마스크와 화장지에 이어 쌀과 라면 등 식료품의 일부 사재기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는 것.

26일 오전 7시께 도쿄 미나토구의 한 식료품 판매점에선 쌀 포대가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전날 오후 쌀 포대(10㎏짜리)가 매대에서 상당수 소진된 데 이어 이날 오전엔 하나도 남지 않았다. 이른 아침부터 장보기에 나서서 운 좋게 마지막 쌀을 거머쥔 한 중년 여성은 계란과 신선식품들도 대거 사 모은 뒤 빠르게 계산대를 빠져나갔다.

가게 점원은 "갑자기 쌀 판매량이 늘었다"며 "다음 입고 상황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지역 인근 세 곳의 다른 마트들 역시 쌀이 완전히 동나기는 마찬가지. 마트 직원은 "쌀이 모두 팔려나갔다"며 "언제 들어올지 모른다"고 했다. 라면과 여타 신선식품들도 평소보다 빠르게 소진되는 모습.

‘도쿄 봉쇄설’에 열도 패닉… 마트에 화장지·쌀·라면 동났다
26일 도쿄의 한 대형마트에 식품 매대가 사재기로 비어있다.

‘도쿄 봉쇄설’에 열도 패닉… 마트에 화장지·쌀·라면 동났다
26일 도쿄의 한 대형마트에 식품 매대가 사재기로 비어있다.

화장지는 도쿄 신주쿠와 인근 사이타마현 등에선 최근 공급이 이뤄지고 있으나 이 역시 '1인 1점' 판매룰에도 불구하고 내놓기 무섭게 빠지고 있다. 미나토구와 여타 지역에서는 아직 화장지 공급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급기야 일본제지연합회의 야지마 진 회장이 최근 "1주일 정도 내에 품귀상황이 해소될 것"이라며 불안감을 달래기 위한 기자회견을 열 정도이나, 도쿄봉쇄설과 더불어 화장지 사 모으기도 쉽게 사그라들진 않는 모양새다. 봉쇄 시엔 유럽과 마찬가지로 개개인의 외출금지, 점포 폐쇄 등이 예상된다. 유통망에도 타격이 가해지면서 생필품 조달에 어려움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잠시 주춤했던 사재기에 기름을 부은 건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의 봉쇄 경고가 이어지면서부터다. 사실 이달 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선 일부 네티즌이 도쿄도 봉쇄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엿보이긴 했다.

‘도쿄 봉쇄설’에 열도 패닉… 마트에 화장지·쌀·라면 동났다
코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가 지난 25일 기자회견을 열어 '감염 폭발, 중대 국면' 이란 문구를 들고, 주말 외출을 삼가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로이터 뉴스1

그러다 도쿄올림픽 1년 연기가 결정된 직후 지난 23일 고이케 지사가 봉쇄 가능성이 있다고 발언한 데 이어 이틀 뒤인 25일 오후 8시께 '감염 폭발, 중대 국면'이란 패널을 들고 외출자제를 요청하는 기자회견을 열자 '설마 했던 일이 현실이 되는 것 아니냐' '봉쇄로 가는 수순을 밟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도쿄도의 감염자 수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23일 16명, 24일 17명에 이어 25일엔 최다 41명의 감염이 확인됐다. 고이케 지사는 "감염경로를 확인할 수 없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우려했다. 하마다 아쓰오 일본 도쿄의과대 교수는 NHK 등 일본 언론에 "도쿄는 최근 3일간 70명 이상의 감염이 확인되는 등 감염 확대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며 "오버슈트 (환자의 폭발적 급증)가 시작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일본의 한 원로 언론인은 "그간은 도쿄올림픽 개최 문제로 검사 자체를 억누르고 있었으나, 올림픽 개최가 1년 뒤로 연기됨에 따라 검사 수 확대로 감염자가 크게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사히신문은 도쿄 봉쇄를 일컬어 '자본의 봉쇄'가 될 것이라며, 코로나 감염 폭발이 발생하면 일본의 사회·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헤아릴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자민당 내부에선 4월 초 아베 내각이 내놓을 비상경제대책에 대해 "크면 클수록 좋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이로 인해 현재 긴급경제대책 규모가 일본의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10%에 해당하는 56조엔(약 620조원)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 트럼트 행정부가 GDP 대비 9.3%에 해당하는 2조달러짜리 대책을 내놓자 일본도 GDP의 10%로 규모를 키운 것으로 풀이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정부가 56조엔짜리 대책을 검토 중이며,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소득 감소, 소비절벽에 대응하기 위해 오는 5월부터 소득 수준별로 가구당 최대 20만~30만엔(약 220만~330만원)씩 현금지급을 구상 중이라고 보도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