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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도쿄 지켜라" 외출자제령

‘코로나 확산 막아라’… 기로에 선 日
마트 사재기 행렬… 각료 부인도 ‘허탕’
수도권 확산 못 막으면 도쿄 봉쇄 불가피
연중 최대행사 벚꽃놀이 주말이 고비
NYT, 日 감염자수 조작 가능성 언급

日 "도쿄 지켜라" 외출자제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뉴시스

【 도쿄=조은효 특파원】 코로나19 감염 폭발 가능성에 일본 열도가 초비상이다. 벚꽃놀이가 절정을 이루는 이번 주말이 최대 고비가 될 전망이다.

27일 일본 인구의 30%가 집중해 있는 도쿄도와 수도권 4개현 광역 지자체에선 일제히 이번 주말 외출 자제령을 발표하는 등 긴장의 수위를 한껏 끌어올리고 있다. 코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의 '도쿄 봉쇄 가능' 발언 이후, 도쿄도 등 수도권 거주자들 역시 '도쿄 봉쇄'가 언제 발동될 지 모른다는 불안감 속에 사재기 행렬을 멈추지 않고 있다.

이른바 '코이케 쇼크'로 불리는 사재기 열풍 속에 아베 내각 각료의 부인 조차 마트를 방문했다가 허탕을 친 것으로 전해졌다.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재정·재생상은 이날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어제 저녁 귀가 후 아내가 2군데 마트를 돌아봤지만, 물건이 없었다고 했다"며, 사재기 열풍과 관련, '냉정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의 냉정한 대응 촉구에도 불안감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는 건 아베 내각, 도쿄도 등 지자체들의 최근 사나흘간 코로나 대응 움직임이 전에없이 빨라지면서 도쿄도와 일본 정부가 사실상 '도쿄봉쇄'와 '긴급사태 선언'으로 가는 수순을 밟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코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 광역 5개현 지사는 도쿄올림픽 개최 연기 결정 직후인 25일부터 이날까지 긴박하게 움직였다. 코이케 도쿄도지사는 코로나 감염 확산이 중대 국면을 맞이했다며,긴급기자회견(25일)개최에 이어 가나가와·사이타마·지바·야마나시현 등 4개현 지사들과 화상회의(26일)를 개최했다. 이어 당일 저녁 총리관저에서 아베 총리와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아베 총리 역시 같은 날 가토 가쓰노부 후생노동상, 니시무라 경제재정·재생상,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내각의 경제담당 관료들과 연쇄 회동을 한 데 이어 특별조치법에 근거한 코로나 대책본부 회의를 개최했다.

일본 언론들조차 일본 인구의 30%가 집중돼 있는 수도권에서 코로나 확산을 제어하지 못할 경우, 긴급사태 선언이나 도쿄봉쇄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도쿄도의 감염자수는 지난 26일로 259명으로 홋카이도를 제치고, 코로나 최다 발생지역으로 등극했다.

코로나 확산의 최대 고비는 이번 주말이 될 전망이다. 일본 정부의 잇따른 경고가 일본에서 연중 최대 행사격인 벚꽃놀이 행렬을 멈추게 할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휴대전화 위치정보 서비스를 통해 확인한 결과 이른바 '3연휴'였던 지난주 금요일(춘분)부터 주말 이틀까지 일본 최대 벚꽃 명소인 우에노공원은 그 전전주말보다 약 1.6배, 신주쿠교엔은 2.5배 많은 인파가 몰렸다. 도심뿐만 아니라 관동과 관서의 관광지 역시 상춘객들의 방문이 증가했다.

일본 정부의 일종의 공포전략이 뒷북대응이란 비판도 상당하다.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선 도쿄올림픽 개최 문제 때문에 일본 정부가 코로나 검사에 소극적으로 나선 결과가 결국엔 감염 폭발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며 아베 정권을 향한 불만이 폭주했다.
뉴욕타임스(NYT)는 26일(현지시간) '일본의 바이러스 성공은 세계를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이제 그 운이 다하고 있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일본은 극단적인 이동 제한이나 경제적 피해가 큰 봉쇄 조치, 심지어 광범위한 진단검사를 하지 않고도 이탈리아나 뉴욕과 같은 우울한 상황을 피해 전염병학자들을 갸우뚱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본 인구의 절반도 안되는 한국이 36만5000여명에 대해 코로나 검사를 실시한 반면, 일본에선 지금까지 단 2만5000명 밖에 검사를 실시하지 않았다며, 지금까지 감염자 수를 실제보다 억눌렀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