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정수기 회사와 용역위탁계약을 체결한 후 퇴사한 정수기 설치.수리기사들이 회사에 휴일근로수당 등 법정 수당을 청구한 소송에서 승소했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울산지법 민사12부(김용두 부장판사)는 정수기 업체 A사 소속이었던 원고 김모씨 등 7명의 설치.수리기사가 피고 A사를 상대로 통상임금을 기초로 산정해 청구한 휴일근로수당, 주휴수당, 연차휴가수당 등 소송 재판에서 근로기준법상 법정 수당 각 2억여원을 인정했다. 양측이 항소하지 않아 이 판결은 확정됐다.
우선 재판부는 용역위탁계약에 이미 모든 법정수당이 포함돼 있다는 A사의 포괄임금계약과 관련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예외적으로 포괄임금제가 유효하지만 이 사안은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경우가 아니다"며 "법정 수당을 포기하는 것으로 해석하면 근로자에게 실질적으로 불이익하다는 점에서 포괄임금제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주휴수당이 월급에 포함돼 있어 별도로 지급할 필요가 없다는 A사의 주장도 위법하다고 봤다. 월급과 달리 업무 실적에 따른 수당에는 통상적으로 주휴수당이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A사가 정수기 설치.수리기사들에게 지급한 용역비에는 주휴수당이 없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이외에 재판부는 "정수기 설치.수리 업무의 특성상 출.퇴근 시간 및 근무 시간 자체보다는 업무 건수가 주된 고려요소인 점, 준비 및 이동 시간 등이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점, 별도 토요일 수당을 받지 않은 점 등이 고려됐다"며 1일 8시간을 실제 근무 시간으로 인정했다.
앞서 법무법인 해율(임지석 대표변호사)의 파트너 변호사인 이충윤 변호사(해율 서초 사무소장)와 조성제 변호사(조성제 법률사무소)는 지난 2018년부터 3년간 함께 이 사건 소송을 맡아 수행해왔다.
이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정수기 설치.수리기사처럼 정식으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근로자들도 근로자만 인정되면 휴일근로수당, 주휴수당 및 연차휴가수당 등 근로기준법상 법정 수당을 모두 수령할 권리가 있다는 점을 재확인한 판결"이라면서 "이번 판결을 계기로 회사가 근로자들의 정당한 권리를 깨닫고 법을 준수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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