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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답답해서" 다닥다닥 붙어앉아 ‘싸강’ 듣고 토론하고… [현장르포]

'사회적 거리두기' 무색한 대학가 카페
감염 취약지역에도 20대 무감각
좁은 칸막이 두고 장시간 머물러
마스크 안쓴 채 마주보며 모임도
직장인 많은 식당도 마주앉아 식사

"집은 답답해서" 다닥다닥 붙어앉아 ‘싸강’ 듣고 토론하고… [현장르포]
지난 26일 신촌 대학가의 한 카페가 대학생들로 가득 들어차있다. 학생들 대부분이 노트북을 이용해 사이버강의를 수강 중이었다. 사진=안태호 기자
#. 사무실 밀집지역의 점심시간. 재택근무가 늘었다지만 식당 가는 사람들로 붐볐다. 마스크를 벗은 채 배를 채우며 왁자지껄 대화를 이어갔다. 대학가 카페엔 싸강(사이버강의)을 듣는 학생들이 들어찼다. 독서실을 방불케 했다. 조모임 중인 학생들은 다인석 테이블에 주욱 둘러앉아 머리를 맞대고 의견을 나눴다.

정세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은 지난 21일 오후 서울정부청사 브리핑실 연단에 섰다. 결연한 표정으로 "앞으로 개학까지 보름이 남았다. 아이들의 학습권이 침해받지 않도록 남은 기간 확실한 방역의 성과를 만들어내야 한다"며 오는 4월 5일까지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시해달라고 호소했다. 시민들은 정 총리의 호소에 응답하고 있을까.

지난 25일, 26일 양일간 서울 광화문, 대학로, 여의도, 홍대 일대 식당, 카페, PC방 등을 둘러봤다. 시민들은 정부 발표에도 크게 달라질 것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퇴근 후엔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더라도 점심시간만큼은 사람들이 밀집된 환경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출근한 직장인들, 마주앉아 점심식사

실제 지난 26일 찾았던 여의도역 인근 한 종합상가는 점심을 먹으러 나온 직장인들로 북적였다. 식당마다 손님들이 다닥다닥 마주앉아 식사를 했다. 다들 대화를 나누느라 소란스러움은 여전했다.

회사 여건상 재택근무를 하지 않고 있다는 회사원 A씨는 "구내식당이 있는 대기업이 아니어서 밖으로 나와 밥을 먹을 수밖에 없다"며 "한달 전쯤엔 대화 없이 식사하는 걸 시도했지만 며칠 못갔다"고 전했다.

손님 한명이 아쉬운 식당들은 한자리 띄어 앉기, 한줄 앉기 등은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여의도 한식집 사장 B씨는 "저녁 손님이 절반 이상 줄었다. 이런 시국에 손님이 와주는 것만 해도 감사하다"며 "띄어 앉기 같은 건 생각해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다중이용시설의 경우 이용자 간격을 1~2m 유지해 줄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집은 답답해서…" 카페는 문전성시

대학가 카페도 사회적 거리두기의 취약지점 중 하나다. 사이버강의를 듣는 대학생들이 카페로 몰리면서다.

지난 25일, 26일 오후 대학로, 신촌 일대 대형 카페 10여곳을 둘러봤다. 콘센트를 이용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좌석들은 노트북, 태블릿PC를 올려둔 대학생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한 카페는 이들을 위해 콘센트가 없는 좌석까지 멀티탭을 연결해두고 있었다.

대학로 카페에서 강의를 듣고 있던 대학 4학년 C씨는 "주로 (사이버강의를) 집에서 듣는데 답답할 때마다 나온다"며 집에서 수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무감각한 편이다. 솔직히 대학 안에서만 확진자가 나오지 않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사이버강의를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핑계에 불과하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조모임을 하는 모습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었다. 패션 전공이라고 밝힌 D씨와 조원 3명은 4인석 테이블에 노트북을 앞에 두고 마주앉아 있었다. D씨는 "졸업작품 준비 중이다. 일정 인원 이상 모이지 말라는 (학교의) 공지가 있었지만 효율성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설명했다.


PC방은 상대적으로 한산했지만 게임 중인 학생들은 마스크를 벗고 있거나 턱에 걸치고 있었다. 일행과 함께 붙어 앉은 학생들은 대화를 하며 게임에 열중했다.

홍대역 인근 PC방 직원은 "손님들의 인적사항을 적어두고 예방수칙도 공지하지만 지키지 않는다고 해서 따로 지적하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eco@fnnews.com 안태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