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흉기로 목을 살짝 눌러 상처를 입힌 50대 남성이 2심에서도 살인미수가 아닌 특수상해 혐의가 적용돼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피해자를 살해하려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협박하기 위해서였다면, 살인미수죄를 적용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4부(조용현 부장판사)는 특수상해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원심과 같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또 12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경기 의정부시 소재 모 주택재개발지역에 거주하던 A씨는 재개발지역 정비사업 조합장 B씨와 '재개발 문제'로 자주 다퉈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평소 A씨는 재개발에 반대해왔던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지난해 11월 21일 오전 9시께 A씨는 흉기 두개를 준비해 조합원 사무실에 찾아가 "내 전화도 안 받고, 대화도 안하고, 너 마음대로 하나. 죽여 버린다"며 B씨와 몸싸움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과정에서 A씨는 B씨의 목을 흉기로 누른 혐의를 받는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흉기의 날카롭지 않은 부분으로 B씨의 목을 누른 점 △B씨를 살해하더라도 재개발사업이 중단되지 않는 점 △B씨를 살해할 의도보다 겁을 줘 보상금을 더 많이 받을 목적이 설득력 있는 점 △흉기를 휘두르지 않고 누르기만 한 점을 고려해 A씨에게 살인미수 혐의가 아닌 특수상해 혐의를 적용했다.
1심은 "A씨는 고령의 피해자를 상대로 한 범행이고, 그 수법이 매우 위험하고 불량하다"며 "A씨는 피해자의 생명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부위에 상해를 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범행 현장에 있었던 직원들 역시 큰 공포심을 느꼈을 것으로 보이는 점을 보면 A씨의 죄책이 매우 무겁다"며 "다만 B씨는 A씨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고 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해당 판결에 불복한 검찰은 항소했고, 사건은 서울고법으로 왔다.
항소심에 이르러 검찰은 "A씨는 B씨를 살해할 의도로 흉기를 미리 준비하고, 사람이 가장 적은 시간대를 골라 계획적으로 B씨를 찾아간 걸 보면 살인의 고의성이 충분히 인정된다"며 "형 역시 너무 가볍다"고 강조했다.
2심 재판부는 "만일 A씨가 B씨를 살해할 의사가 있었다면 B씨가 홀로 있는 시간과 장소를 선택해 범행을 저질렀을 것"이라며 "A씨가 살해할 의도로 공격했다면 B씨는 9cm의 상처가 아닌 더 심각한 상해를 입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B씨의 상해 정도가 중하지 않아 원심이 선고한 형 역시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A씨가 이 재개발사업으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게 되자 범행에 이르게 된 점을 보면 동기에 다소 참작할 사정이 있다"고 검찰의 항소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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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a@fnnews.com 박지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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