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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어지는 디플레이션 우려… 물가 상승률 마이너스 전망까지 나왔다[코로나19 글로벌 경제 직격탄]

소비자심리지수 11년來 최저치
국제유가 하락도 물가 끌어내려
수요·공급 양방향 하방압력 거세
S&P, 韓물가상승률 -0.4% 제시

짙어지는 디플레이션 우려… 물가 상승률 마이너스 전망까지 나왔다[코로나19 글로벌 경제 직격탄]
코로나19가 경기부진과 국제유가의 하락을 부르면서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0%대로 물가 상승률이 하락하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일부에서는 마이너스 물가 상승률까지 전망한다. 물가에 대한 하방압력을 낮추려면 결국 글로벌 경기가 회복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3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은의 지난 2월 전망치 기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0%다. 이는 코로나19의 충격이 본격화되기 전의 전망치다.

코로나19 충격이 반영되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0.4%에 이어 올해도 0%대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국제 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우리나라의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0.4%로 제시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올해 물가 상승률이 부진할 것은 자명하다. 소비심리 부진으로 수요가 약한 상황에서 우리나라 물가에 영향이 큰 국제유가까지 떨어지면서 수요와 공급 양방향에서 물가를 끌어내리고 있어서다.

수요 측에서는 소비심리가 얼어붙은 상황이다. 3월 기준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78.4로 전월 대비 18.5포인트 하락했다. 지수 수준으로 보면 지난 2009년 3월 72.8 이후 11년 만에 최저치다. 하락 폭으로는 월별 공표가 시작된 지난 2008년 7월 이후 최대다.

소비심리 위축은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다는 의미다. 불확실성이 소비를 위축시키게 되면 생산자들은 상품을 팔기 위해서 가격을 낮출 수밖에 없다.

실제 한은이 이날 발간한 '지역경제보고서(2020년 3월)'에 따르면 올 1·4분기 중 소비는 전 권역에 걸쳐 감소했다. 외식을 기피하고 관광을 줄이면서 관련 업종에서는 소비 감소에 직격탄을 맞았다. 때문에 외식업체들은 배달할인, 의류업체들은 추가적 가격인하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소비를 유도해보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공급 측면에서는 국제유가를 통해 물가 하방압력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가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는 지난해 12월 말에는 배럴당 65.38달러였던 것이 지난달 말 48.64달러까지 급락했다. 3월에는 더욱 하락하면서 30달러 초반대에 머물러 있다.

우리나라는 해외에서 원유 등 원자재를 수입해 중간재나 완제품으로 가공한 이후 국내 판매 및 해외로 수출하는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에 따라 국제유가가 하락하면 공급측 요인을 중심으로 하방압력이 커지면서 물가 상승률은 떨어지게 된다.

올해 물가 상승률이 0%대 또는 마이너스를 기록한다면 경제 전반적으로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현상인 디플레이션에 대한 논란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에도 물가 상승률이 0.4%에 그치면서 디플레이션 논란이 커진 바 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경기부진이 워낙 심화돼 있어 현재 상태로는 마이너스 물가로 갈 가능성이 있고 디플레이션 압력도 상당히 커질 것"이라며 "당장에는 경기를 진작시키기가 어렵기 때문에 (물가 하락을 막을) 카드가 제한적이다. 코로나19 확산을 막는 것이 우선이고 이후에 경기부진을 만든 정책적인 부분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