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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언론 플레이 성공?… 트럼프·아베 지지율 올랐다

트럼프, 위기대응 리더십 내세워
코로나 브리핑 '대선 유세' 활용
아베, TV시청률 높은 시간에
기자회견 열어 대응 상황 설명
위기시, 안정보수회귀 심리, 결집의식 강해져  

코로나 언론 플레이 성공?… 트럼프·아베 지지율 올랐다

【 도쿄·서울=조은효 특파원 홍예지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위기에 강한 남자'임을 입증했다. '지지율'에 관한 얘기다.

두 '스트롱 맨'은 코로나전(戰)을 통해 일시 하락했던 지지율을 반등시키는데 성공하며, 현재 40% 중후반대 지지율을 그리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벚꽃 스캔들과 코로나19 대응 실패로 사임설에 휩싸였던 아베 총리는 최근 도쿄올림픽 연기 결정이란 악재에도 되레 지지율이 상승해 '아베 1강 체제'를 재확인했다. 올해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 역시 '대공황 이후 최악'이라는 경제 상황에도 지지율 상승을 맛보고 있다. 두 리더에게 숨겨진 지지율 상승의 비법은 무엇일까.

코로나 언론 플레이 성공?… 트럼프·아베 지지율 올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9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코로나19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AP뉴시스

■미디어 활용…TV기자회견 자처

이달 중하순 연이어 발표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47%(워싱턴포스트-ABC뉴스 공동조사), 49%(갤럽)다. 각각 지난달 조사 때보다 2%포인트, 5%포인트 상승했다. 심지어 갤럽이 내놓은 '49%'란 수치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역대 최고 수준의 지지율이다.

잦은 미디어 노출 빈도가 이런 결과를 견인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3월 중순부터 거의 매일 백악관에서 코로나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재선전략으로 '위기 대응 리더십'을 전면에 내세워 코로나 브리핑을 '대선 유세'로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트럼프 대통령의 상승과 관련 "매일 진행되는 백악관 브리핑이 대중에게 잘 전달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백악관의 코로나 관련 정례 브리핑의 케이블 뉴스채널 전체 평균 시청자수가 850만명에 달한다며, 이는 미국의 인기 프로그램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역시 기자회견을 적극 활용하는 모양새다. 아베 총리는 주말인 지난 28일 오후 6시부터 약 50분간 생중계된 기자회견에서 국민의 기본권에 제약이 가해지는 긴급사태 선언 여부에 대해 "아슬아슬한 상황이다. 기로에 섰다"라며 "리먼사태 때 이상의 대규모 경제대책을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벼랑끝 위기 상황임을 강조하는 동시에 처방책 및 국민적 협조와 당부까지 발신한 것이다. 아베 총리가 코로나 사태와 관련해 TV시청 집중도가 높은 주말 저녁 기자회견을 한 건 지난 2월29일, 3월14일에 이어 세 번째였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계열사인 TV도쿄와 공동으로 실시해 30일 발표한 아베 내각 지지율은 직전 2월 중순 때보다 2%포인트 오른 48%다. 코로나 대응 평가도 한 달 만에 뒤집혔다. 지난 2월 50%였던 코로나 대응에 대한 아베 내각의 부정적 평가(평가하지 않는다)는 44%로 줄고,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가 40%에서 47%로 증가했다. 역전된 것이다. 앞서 지난달 '30%대 아베 내각 지지율' 발표로 한 때 총리관저를 긴장케 했던 산케이신문과 후지TV의 3월 월례조사에서도 아베 내각 지지율은 5.1%포인트 상승한 41.3%를 가리켰다.

코로나 언론 플레이 성공?… 트럼프·아베 지지율 올랐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28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코로나 대응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 뉴스1


■"대안이 없다… 위기시 결집해야"

일본의 주간지 주간문춘은 최근 아베 정권을 향해 한 마디로 '불상사에 강한 정권'이라고 묘사했다. 각료들의 잇따른 비위, 아베 총리 자신의 벚꽃 스캔들, 일명 코로나 크루즈선에 대한 대응 실패, 끝나가는 정권이라고 일본의 언론들이 너나없이 정권 때리기에 나서는데도 40%대 '콘크리트 지지율'이 유지되고 있는 기묘한 현실을 가리킨 것이다.

아베 1강 체제가 유지되는 이유는 크게 3가지로 요약된다. △아베를 대체할 만한 인물의 부재 △자민당을 대체할 정당의 부재 △젊은 층의 정치 무관심 등이 그것이다. 실제 최근 아사히신문 여론조사에서 아베 내각 지지 이유에 50%가 넘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보다는 나을 것 같다'는 답변을 택했다. 이런 정치 현실에 위기시 잘 발현되는 '안정·보수회귀 심리'로 인해 집권세력을 중심으로 결집하려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과거 위기시, 국가주의라든가 애국심이 부각됐던 미국 역시 코로나 정국에서 대통령을 중심으로 구심점을 확보하려는 심리가 엿보인다.
여론조사 기관 갤럽은 "역사적으로 대통령 지지율은 국가가 위협에 처했을 때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실제 조지 W.부시 대통령은 9·11 테러,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쿠바 미사일 사태 때 지지율이 상승했다.

미국 매체들이 연일 트럼프의 부실 대응을 문제삼고 있지만, CNN은 평균적 사람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극한 환경에서 최선을 다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홍예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