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시키면 못한다 '사명감'으로
“검사결과 오늘도 음성입니다”
코로나19 위기 대응 숨은 주역
12시에 퇴근해도 감사하다
크고 작은 민원상담 총 6,200건
“수고 많으십니다”한마디 큰 힘
밤에는 현장점검 낮에는 민원상대 및 방역활동. 사진=익산시 제공
【파이낸셜뉴스 익산=김도우 기자】전북 익산시가 사명감 하나로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코로나19가 시민들의 일상에 침투한지 약 3개월.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초중고 개학연기, 다중이용시설 휴업 조치 등 사상 초유의 사태에 전북 익산시가 시민의 안전과 생존권 보장을 위해 최일선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다. 공무원들의 70여일 기록을 들여다 본다.
■ 보건소 감염병관리 담당
2개월간 한번도 제대로 자본 적이 없다. 매일 밤 12시 퇴근만 해도 감사하다.
지난 밤 해외에서 입국한 관내 첫 확진자 발생으로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뜬 눈으로 밤을 새운 직원들을 먼저 교대로 퇴근시킨 후, 질병관리본부와 중앙재해대책본부로부터 도착한 개정되는 지침을 확인한다.
확진자 동선 공개에 따라 빗발치는 민원 전화 대응과 함께 선별진료소 운영을 진두지휘하며, 얼굴을 본지 오래된 가족들의 응원 메시지를 확인할 겨를도 없이 부디 오늘도 모두 무사하기를, 단 한명의 확진자가 없기를 기도하며 업무를 시작한다.
■ 보건소 종합 상황실 “수고 많으십니다”
하루에 대 여섯건씩 쏟아지는 문자 메시지를 그만 보내라며 화내고 욕하는 전화에 시달리고 나면 모든 기운이 빠져버리고 만다.
그래도 관내 체류 외국인이 보건소 방문 상담 중 감염 관리 시스템이 부럽다며 기념사진을 찍어달라고 요청 할 때에는 잠시 뿌듯하기도 하다.
질병관리본부와 도청으로 실시간 상황을 전송하고 음압병동 잔여량을 타 지역과 주고 받으며 확진자 발생에 대비해 최대한 집중하고 있다.
그동안 민원상담 총 6,200건. “수고 많으십니다”라는 진심 어린 인사 한마디를 들으면 그간 쌓였던 피로가 봄 햇살에 녹아내린다.
■ 익산 구석구석 누비는 보건소 방역 기동반
5명의 직원이 그동안 장애인 복지시설, 종교 및 대중교통시설, 콜센터 등 2,811개소를 소독했다.
무거운 소독약품을 급히 나르느라 허리가 성할 날이 없고 종일 맡는 소독약 냄새로 어지럽지만, 의자나 차에서 잠시 눈을 붙였을 때 확진자가 생기는 악몽에 시달리는 것 보다 낫다.
해외 입국 확진자 발생 직후 해당 가정으로 즉시 달려가 집중 소독을 실시했다. 그때 시간이 새벽 1시경. 그 후 자기 집 앞을 소독해달라는 요청 전화가 급격히 증가해 지침대로 친절하게 응대하고 설명하느라 목이 몹시 아프다.
그나마 일제소독의 날을 통해 유관기관과 많은 봉사단체, 지역 주민들이 합심해서 주변 소독을 해주고 있어 다행이다.
제일 중요한 방역활동. 사진=익산시 제공
■ 종횡무진 재난안전대책본부와 교육정보과
중국 유학생 이송 대책 및 밀착 관리와 14일간 신천지 교인 모니터링은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명단 확보부터 서로의 이해가 미묘하게 엇갈리는 상황에서 시청 직원들의 결집력과 행정력이 돋보였다.
시민안전과는 기존 업무를 잠시 뒤로하고 재난안전대책본부를 설치해 콜 센터, 요양병원, 학원, 민간 체육시설, 요양 병원 등 도미노처럼 빠르게 퍼지고 있는 감염을 막기 위해 부서를 넘나들며 즉각 대응을 총괄한다.
다행히 시민들이 코로나19 관련 긴급 조치들에 협조해주셔서 감사하다.
■ 경제관광국“잠시 집에 다녀오겠습니다”
코로나19로 꽁꽁 얼어붙은 경기회복을 위해 매일 쏟아지는 긴급 대응책과 시 자체적으로 고안한 지원 시책을 쏟아 부으며 이를 실행하기 위해 휴일도 반납한다.
그러나 지침시달보다 먼저 인터넷과 언론으로 퍼지는 유사 지원책에 대해 문의 전화가 폭주해 업무가 마비되기 일쑤이다.
평소에도 업무량이 과중한 편인데 코로나19로 인해 기업, 종교시설, 노래방 등 담당별로 파생된 업무가 3배쯤 증가했다.
그러나 전 직원이 동원되는 KTX익산역과 터미널 근무에 이어 중국인 유학생, 해외입국자 임시생활시설 비상근무, 약국 지원 근무에도 빠질 수 없다.
밤 12시가 되어서야 “잠시 집에 다녀오겠습니다” 인사하며 사무실 불이 꺼진다.
방역망이 뚫리면 안된다는 사명감으로. 사진=익산시 제공
■ 복지국의 또 다른 고민
대다수가 여성으로 구성되어있는 복지국 사정은 좀 더 난감한 형편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긴급 복지서비스,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저소득층 한시생활 지원 등 새로운 지원제도가 추가되는 한편 잇따른 개학 연기로 자녀들을 긴급 돌봄 등에 보내면서도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바쁜 아침 김밥을 싸 보내고, 같이 모여있으면 위험한데 어떻게 애를 등원시킬수 있냐는 속 모르는 이들의 따가운 시선은 이미 익숙하다. 익산시의 보육 서비스는 안전하다고 대응한다.
저녁밥 역시 아이들에게는 배달 음식을 시켜주고 회사에서 야근하며 하루 하루를 견딘다.
아이들에게 항상 미안한 마음을 안은 채 주말에도 어김없이 출근한다. '룰루난나'
기초생활수급자, 장애인 가구 등 코로나19로 인해 피해 입는 더 어려운 이웃을 살피느라 정작 내 아이는 뒷전으로 밀려난다.
■ 비상이 곧 일상. 기타 부서들
KTX익산역 근무시 당시 열화상 감지 카메라 고장으로 인해 열차가 설 때마다 쏟아지는 수백명의 인파를 모두 줄을 세워서 체온계로 발열체크를 했다.
방역망이 뚫리면 안된다는 사명감이었다. 누가 시키면 못할 짓이다.
또한 긴급 지시사항이나 매일 급변하고 강화되는 코로나19관련 지원 시책 전반과 신천지 및 해외 입국자 관련 중요사항들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수집해 시민들에게 적극 홍보해야 한다.
불철주야 노력하며 역시 주말을 잊은 지 오래다. 매일 공적 마스크 보급 위한 약국 근무 지원, 주말마다 교회 등 종교시설 집회 점검,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 등 익산시청 직원에게 비상은 곧 일상이 되었다.
정헌율 익산시장은 “비상근무로 단련된 익산시청 공무원들은 하나로 똘똘 뭉쳐 감염병 확산 방지에 일익을 담당하며 시민들이 하루 빨리 평범한 일상을 되찾을 수 있도록 분투중”이라며 “시민들을 위해 밤 낮 고생하는 만큼 시민들께서도 사회적 거리두기에 적극 동참해 위기를 함께 극복하자"고 호소했다.
964425@fnnews.com 김도우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