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전 日총리. 뉴스1
【도쿄=조은효 특파원】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정치적 스승'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가 아베 총리를 향해 사학 비리에 대해 책임을 지고 사직해야 한다고 이례적으로 각을 세웠다.
고이즈미 전 총리는 3월 31일 발매된 주간지 '슈칸아사히'에 실린 인터뷰에서 모리토모 학원의 국유지 헐값 매입 의혹 및 관련 결재 서류 조작 사건 등을 거론하며 "누가 봐도 (아베 총리가) 관여했다는 것을 알 수 있지 않으냐"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애초에 공문서를 고친 것은 아베 총리가 '나 자신이나 아내가 관여했다면 총리도 국회의원도 그만둔다'고 국회에서 말한 것에서 시작됐다"며 "국회에서 총리가 관여했으면 그만둔다고 말했으니 결국 책임지고 그만두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또 권력과 유착해 국유지를 싸게 샀다는 의혹을 산 모리토모 학원이 신설을 추진한 초등학교 명예 교장에 아베 총리 부인 아키에 여사가 취임한 것을 거론하며 "아베 총리는 그 상황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것을 어떻게 증명할까. 거짓말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유지 매각과 관련된 문서 조작 의혹으로 자살한 재무성 긴키 재무국 직원 아카기 도시오 씨가 남긴 '결재 문서를 고친 것은 전부 사가와 노부히사(당시 재무성) 이재국장의 지시'라는 취지의 수기를 부인이 최근 공개한 가운데 고이즈미 전 총리가 아베 총리를 작심하고 비판한 것이다.
그간 아베 내각의 원전재가동에 대해 쓴소리를 해 왔던 고이즈미 전 총리는 경제산업성 출신인 이마이 다카야 아베 총리 보좌관이 원전 정책에 관해 아베 총리에게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에 관해 "지금 (총리)관저는 경제산업성이 지배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경제산업성은 계산이 틀렸고 아베 총리는 세뇌돼 있다"며 "재작년에 아베 총리에게 직접 '경제산업성에 속지 말라. 총리가 말하면 다 따른다'고 말하니 쓴웃음 지으며 아무 답도 안 했다"고도 했다.
그는 차남인 고이즈미 신지로 환경상의 결혼 전 스캔들이 주간지에 보도된 것 등에 관해 "비난받는 게 정치가의 일상"이라며 "아직 힘이 부족하다.
더 힘을 키워야 한다"고 반응했다.
고이즈미 전 총리는 재임 중 아베 총리를 관방부(副)장관, 관방장관, 자민당 간사장으로 기용해 정치적 성장의 기회를 제공했다. 아베 총리는 고이즈미 퇴임 후 사실상 바통을 넘겨받아 자민당 총재 및 일본 총리로 취임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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