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전 서울 강남구 개나리아파트 사거리에서 김성곤 더불어민주당 강남갑 후보가 출근하는 차량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사진=이진석 기자
[파이낸셜뉴스]대한민국 최고의 부촌 중 하나인 서울 강남갑은 보수 정당의 심장과도 같은 곳이다. 1998년 13대 총선에서 처음으로 강남구가 갑·을 선거구로 나눠진 이후 단 한 번도 민주당 계열 후보가 당선된 전례가 없다. 고소득, 부유층들이 몰려 사는 만큼 어느 지역보다 부동산문제와 조세정책 등에 민감한 곳으로, 후보자들도 조세정책을 타깃으로 바닥표심을 훑고 있다.
■'관록' 김성곤, ‘안보·부동산’ 타깃
“강남 발전을 도모하고, 이 땅에 전쟁을 막기 위해 기호 1번 김성곤에게 투표해달라.”
공식선거전에 돌입한 2일 오전 7시, 서울 강남구 개나리아파트 사거리에서 유세중인 김 후보를 만났다. 이른 시간인지라 주민들이 눈에 띄진 않았지만, 김 후보는 출근하는 차량들을 향해 연신 허리를 숙였다. 한 중년남성은 김 후보를 향해 주먹을 쥔 손을 들어 올리며 구호를 외친 뒤 대뜸 “로버트 김(한국명 김채곤)은 잘 계시느냐”라고 물었다. 김 후보의 친형인 로버트 김은 미국 해군정보국 요원 시절인 1996년, 강릉 잠수함 침투 경로 등 북한 관련 정보를 요청하는 대한민국 정부의 요청을 들어주다 군사기밀 누설 혐의로 미국에서 9년간 수감생활을 했다. 캠프 관계자는 “조국을 위해 군사정보를 넘겨줬는데, 대한민국이 지켜주지 못했다는 미안함을 가지신 분들이 많다”고 전했다.
전남 여수에서 내리 4선을 한 그는 강남갑에 깜짝 출마했다. 김 후보는 "호남을 떠나 강남으로 온 이유는 후보가 누구든 합리적이고, 검증된 사람이라면 진영을 떠나 지지를 받을 수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는 핫이슈인 부동산 문제에 있어 여당 안과 배치되더라도 주민들의 요구를 반영하겠다는 소신을 내비쳤다.
그는 “집값 안정이 필요하지만 억울한 과세로 고통 받는 분들도 많다. 21대 국회에 들어가면 종합부동산세 감면에 대한 법안을 제출해서 반드시 주민들과의 약속을 지키겠다”고 공약했다.
태영호(태구민) 미래통합당 강남갑 후보가 2일 오전 압구정역 사거리에서 한 유권자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권승현 기자
■'거물신인' 태영호 “세금폭탄" 맹공
영국주재 공사를 지낸 거물급 북한출신 인사인 '평양신인' 태영호(태구민) 미래통합당 후보는 문재인 정부가 '아마추어 부동산 정책'을 강행하고 있다며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이날 오전 압구정역 사거리에서 만난 태 후보는 "세금 폭탄이 강남의 턱밑까지 와있다"며 "이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발표할 때마다 집값이 뛰는데, 왜 강남이 부동산 폭등을 책임져야 하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1대 국회 입성시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안 발의를 약속했다.
그저 강남이 고향이라 여태껏 집 한채 소유하고 살아왔는데 집값 폭등 진원지로 낙인이 찍혀 세금폭탄을 맞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20년 이상 장기 실거주자의 종부세를 면제하고, 1주택자 중 60세 이상 고령자와 장기보유자의 종부세 공제율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법률로 명시해 정부가 자의적으로 공시가격을 정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래통합당이 21대 국회가 시작되면 만장일치로 가장 먼저 추진하는 법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남에서만 평생 거주해왔다는 유권자 윤모씨(65)는 "집이 한 채만 있는 사람들에게 집은 돈을 버는 수단이 아니라 사는 공간인데, 수입 자체가 없는 고령자들은 수백만원에 이르는 종부세를 감당할 수 없다"며 태 후보의 부동산 공약에 깊은 공감을 표시했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권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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