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앞두고 '막말 금지령' 본격
거칠어지는 여야 입 “한방에 간다”..과거 노인폄하 선거 운명 갈라
미래통합당 공식 유튜브 채널 '오른소리'의 진행자 박창훈씨가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임기가 끝나면 교도소에서 무상급식을 먹이면 된다”고 말해 논란이 된 것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사진=fndb
[파이낸셜뉴스]4.15총선을 10여일 앞두고 일부 후보자들의 '입'이 거칠어지고 있다. 여야 당 지도부와 후보들의 발언이 연일 위험 수위를 넘나들고 있다. 막말정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활성화로 오프라인을 넘어 온라인에까지 진입했다.
말 한마디, 글 한소절로 선거에서 ‘한방에 갈’수 있다는 우려에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2일, 여야는 ‘막말 금지령’을 발동했다.
■쏟아지는 ‘말실수’에 여야 긴장
지난 달 31일 인천 연수갑에 출마한 미래통합당 정승연 후보는 ‘인천 촌구석’ 발언으로 지역을 비하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같은 날 통합당 공식 유튜브 ‘오른소리’ 진행자는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임기가 끝나면 교도소에서 무상급식을 먹이면 된다”고 말해 논란을 자초했다.
박형준 통합당 공동선대위원장은 사과하며 “당원과 지지자들은 말 한 마디가 선거 판세를 좌우할 수 있음을 숙지해야 한다”고 '경계령'을 발동했다.
조수진 미래한국당 수석대변인도 논평에서 “대변인의 논평이 막말을 가열시킨다는 비난을 받지 않기 위해 노력하겠다. 비판과 비난은 다른 것”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말실수’는 당 지도부도 피해갈 수 없다. 당 대표는 상대적으로 많은 발언권이 있고 주목을 더 받는 만큼 조금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다.
황교안 통합당 대표는 “‘호기심에 ‘n번방’ 입장한 사람은 처벌 달리할 수 있다” “교회 내 코로나19 감염 거의 없다” 등의 발언으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선천적 장애인은 의지가 약하다” “제 딸 경력단절 뒤 열심히 안 한다” 등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선거에 ‘독’..선거판도 좌우
선거를 앞두고 나온 말 실수 한 마디가 판세를 뒤집은 사례는 많다.
2004년 17대 총선을 앞두고 터져 나온 정동영 당시 열린우리당 의장의 ‘노인폄하’ 발언이 대표적이다.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의 압승이 예상됐지만 정 의장이 선거를 20일 앞두고 “60~70대 이상은 투표하지 않고 집에서 쉬셔도 된다”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2012년 19대 총선에선 김용민 당시 민주통합당 서울 노원갑 후보가 8년 전 인터넷 방송에서 “노인들이 오지 못하게 엘리베이터를 없애자”고 말한 것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고, 결국 낙선했다.
2018년 6.13 지방선거 전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 정태옥 의원은 “이혼하면 부천 가고 망하면 인천 간다”는 ‘이부망천’ 발언으로 파장을 일으켜 탈당했다. 당시 인천시장 선거에서 유정복 한국당 후보는 35.4%의 지지에 그쳐 57.66%를 얻은 박남춘 민주당 후보에게 큰 차이로 졌다.
민주당이 야당시절 쏟아낸 막말들을 살펴보면 이명박 전 대통령을 겨냥 ‘명박 박명(薄命·수명이 짦음)’,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귀태(鬼胎·태어나지 않아야 할 사람)’라고 표현해 비난 수위가 높았고 당시 대선과 총선, 지방선거 등에서 모두 참패했다.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 밖에 없는 막말이 사라져야 할 ‘악습’임이 분명한 가운데 최근 막말 유형이 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태곤 의제와전략그룹 정치분석실장은 “과거에는 의도적으로 상대를 공격하는 인신공격이 주였다면 최근 발언은 폄하를 의도하진 않았으나 실언을 해, 여론의 반응이 높은 것이 특징”이라며 “코로나19 등으로 민감한 상황에서 이슈를 잘 몰라 개념적으로 실수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ming@fnnews.com 전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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