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를 쓴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로이터 뉴스1
【도쿄=조은효 특파원】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마스크 품귀 현상에 대응해 다음주부터 일본 전역 5000만 세대에 가구당 2매씩 재사용이 가능한 천 마스크를 배포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일본 사회의 반응이 싸늘하다. 당장 3인 가구 이상의 경우는 어떻게 하느냐, 1회용 마스크 품귀 문제부터 해결해 달라는 등의 비판의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2일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의 기자회견에선 천마스크 배포의 실효성과 비용, 일률적으로 가구당 2장으로 정한 이유 등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스가 장관은 "세탁할 수 있고 반복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천마스크를 5000만 세대 전체를 대상으로 2장씩 배포하기로 한 것"이라며 "1장 가격은 200엔 정도라고 들었다"고 배포 취지를 거듭 강조했다.
가구당 평균 가족 수는 2.4명인데 왜 2장으로 했느냐는 질문도 나왔다. 스가 장관은 "아이들에게는 별도로 (마스크가)가고 있기 때문"이라며 초·중교에 1100만장의 천마스크를 우선 공급했다고 밝혔다.
전날 아베 총리에 이어 스가 장관의 연이은 설명에도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포털사이트에선 천 마스크 배포 계획에 대해 비난이 쇄도했다.
트위터엔 #마스크 두 장으로 속이지 마라, #아베노 마스크 등의 해시태그가 이어졌으며, "보통 마스크를 살 수 있게 해 주세요" "한 주소에 7명이 산다"는 등이 게재됐다.
이날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심지어 보수논객이자 아베 총리와 친한 것으로 알려진 작가 햐쿠타 나오키는 트위터에서 "한 가정에 2장의 천 마스크는 뭐야?그게 대신들이 총출동해서 정한 게 그거냐? 이거, 만우절의 생각인가. 혹시 전 각료가 모여서 생각해 낸 거짓말인가?"라고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경제평론가 죠우넨 츠카사 역시 트위터에 "마스크 말고 돈 좀 나눠줘! 천 두 장 배포라는 대담한 정책에 시장은 실망한 눈치다. 이제 관료들 말 그만 듣는게 좋겠어"라고 썼다.
도쿄도에 거주하는 40대 남성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우리 집은 6인 가족이다. 어른이야 포기한다.
하지만 마스크를 누가 쓸지 이제 아이들 넷이 가위바위보를 해야…"라는 글을 올렸다.
일본 정부는 다음주부터 감염자가 많은 도시부터 마스크를 일괄 배포할 방침이다. 아베 총리는 전날 코로나 대책본부회의에서 직접 헝겊으로 된 마스크를 착용하곤 "재사용이 가능해 마스크 수요에 매우 효과적이다"라고 강조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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