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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코로나 병상 90% 이미 채워져...'의료붕괴' 경고 잇따라

일본 정부, 병상 부족 예상
코로나 경증 환자에겐 
'자택 요양, 올림픽 선수촌, 호텔' 선택지 모색 
의학계, 인공호흡기 등 중증 환자 시설 부족 우려 

도쿄 코로나 병상 90% 이미 채워져...'의료붕괴' 경고 잇따라
지난달 28일 코로나19확산을 우려해 도쿄 신바시 인근 상가에 셔터가 내려졌다. AP뉴시스

【도쿄=조은효 특파원】 일본에선 최근 코로나19감염이 폭발 직전에 직면하면서 코로나 전용 병상과 인공호흡기 등 의료설비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도쿄의 코로나 전용 병상 700개 가운데 이미 90%는 확진자들로 채워진 상태다. 오사카도 전용 병상이 절반 밖에 남지 않았다. 이로 인해 미국이나 이탈리아와 같은 '의료붕괴'가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3일 일본 정부와 도쿄도는 병상 부족을 감안해 코로나 경증 환자의 경우 자택 요양을 권하는 한편, 자택 내 고령자, 임산부 등과의 기거 문제로 자가 요양이 어려운 경우 올림픽선수촌과 호텔 등을 경증환자용 숙소로 제공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현재는 경증 감염자도 원칙적으론 입원이다.

일본 정부는 또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초진 환자의 경우 한시적으로 온라인 진료를 허용하기로 했다. 현행 후생노동성 지침은 초진의 경우 PC나 스마트폰 등을 통한 온라인 진료를 원칙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최근 사흘 연속 일본에선 하루 동안 200명 이상의 감염자가 속출하고 있다. 누적 감염자 수는 3508명(크루즈선 감염자 712명 포함, 이날 오전 11시 기준)이다. 이 가운데 도쿄의 누적 감염자는 698명으로 일본 전역에서 1위다.

이로 인해 일본 의학계를 중심으로 의료붕괴를 잇따라 경고하고 있다. 지난 1일 일본 집중치료의학회는 코로나 증증 환자용 집중 치료실(intensive care unit·ICU) 병상이 1000개에 못미칠 것이란 성명을 발표했다. 일반적으로 중환자실로 불리는 일본 내 집중치료실 병상은 약 6500개이나, 이미 다른 질병으로 인한 입원 환자가 있어 코로나 중증 환자용 병상은 1000개 밖에 되지 않을 것으로 추산된다.

도쿄 코로나 병상 90% 이미 채워져...'의료붕괴' 경고 잇따라
지난 1일 도쿄 관광지 아사쿠사에 불요불급한 외출은 자제해 달라는 문구가 붙어있다. 그 옆으로 마스크를 쓴 한 남성이 지나가고 있다. AP뉴시스

주로 의학계 인사들로 구성된 일본 정부의 코로나 대책 전문가 회의 역시 같은 날 기자회견을 열어 "폭발적인 감염(오버슈트)이 발생하기도 전에 의료 붕괴(기능 부전)가 일어날 수 있다"며 "오늘 내일이라도 특단의 대책을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코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는 4000병상을 목표로 내걸었지만 현재까지 도쿄도가 확보한 코로나19 전용 병상은 700개다. 가운데 약 90%(628개)가 이미 감염 확진자들로 채워졌으며, 오사카부 역시 300개 병상 중 149개 밖에 남지 않았다.

주로 해외에서 수입해 온 인공호흡기 확보도 관건이다.
인공호흡기 수입업체인 니혼고덴 관계자는 아사히신문에 "전세계적으로 수요가 많아 앞으로도 조달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고 토로했다. 조만간 발표될 일본 정부의 비상경제대책에도 인공호흡기 등 의료시설 제조업체들에 대한 지원 방안이 포함돼 있지만, 일본 내 업체들은 대부분 중소기업이라 일시 대규모 증산이 어렵다.

오사카 소재 감염증 지정 의료기관인 린쿠종합의료 센터의 야마토 마사야 감염증 센터장은 "방금까지 얘기했던 사람이 단번에 나빠지는 게 코로나 바이러스의 특징"이라며 "이대로는 중증자를 진찰할 시설의 침대가 부족하게 돼 살아날 사람도 살 수 없게 된다"고 위기감을 드러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