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정리해고·가동 중단
현지 진출 한국 기업들도 타격
글로벌 생산 전진기지로 자리매김한 동남아시아의 섬유봉제 산업이 흔들리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동남아에 위치한 섬유봉제 공장들이 대규모 정리해고나 공장가동 중지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동남아의 주요 섬유봉제 바이어들이 코로나19에 따른 소비 감소로 신규 계약을 중단한 데 이어 일부는 이미 주문한 건에 대해서도 계약금 미지급과 일방적인 취소로 일관하고 있다. 이 지역에 진출한 한국 섬유봉제 기업들도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막대한 피해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6일 베트남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코로나19로 베트남 섬유봉제 산업이 타격을 받기 시작했다. 당장 올해 1·4분기 베트남의 섬유 수출은 65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8.9%나 감소했다. 게다가 앞으로 두 달 동안 베트남 섬유 수출량은 전년 동기 대비 70% 감소할 것으로 베트남 통상부는 전망했다. 통상부 관계자는 "미국과 EU는 베트남 섬유 수출의 60%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에 이들의 계약 중단은 베트남 섬유봉제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봉제산업이 대표 주력산업인 미얀마도 봉제산업에 종사하는 자국 국민들의 대규모 정리해고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미얀마산업노동연맹에 따르면 지난주 양곤의 한 의류공장에서 650여 명이 정리해고 됐다. 중국이 투자한 이 의류공장은 미얀마 최대 산업단지 중 하나인 쉐린빤에 위치해 있다. 이 공장의 해고는 최근 몇 주 동안 미얀마의 있는 다른 공장들이 노동자를 감축하는 것과 비슷한 움직임이라는 것이 현지매체의 설명이다. 현지 소식통은 "EU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주문을 취소하면서 미얀마의 500개 공장 중 적어도 20개 공장이 문을 닫았고 1만 명 이상의 미얀마 근로자가 일자리를 잃었다"고 전했다.
캄보디아 봉제업체에서 생산되는 섬유의 60%는 중국에 공급되지만 미국과 EU의 주문취소로 어려움을 겪는 것은 캄보디아도 마찬기지다. 이와 관련, 국제인권감시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지난주 성명을 통해 캄보디아의 수많은 근로자들이 제품을 다 만들었음에도 글로벌 의류 브랜드와 업체들이 이를 구매하지 않은채 일방적으로 주문을 취소했다고 주장했다.
베트남과 미얀마, 캄보디아의 봉제산업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현지에 진출한 한국 진출업체의 어려움도 예상된다.
주요 거래처인 미국과 EU의 주문 취소나 주문 지연이 계속되면 피해를 볼 수 밖에 없어서다. 한국 봉제기업들은 최근 몇년간 중국보다 상대적으로 인건비 경쟁력이 높은 동남아의 베트남, 캄보디아 등으로 생산기지를 대거 이동시킨 상태다. 일부 섬유회사의 경우 전체 생산량의 90% 이상을 동남아시아에서 자체 생산하는 곳도 있을 정도다.
ck7024@fnnews.com 홍창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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