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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진보 후보 단일화 '옛말'…인천·창원 등 잇단 불발

연수을, 與 정일영·정의당 이정미 '으르렁' 창원성산 협상 파토…양정철 "강 건너가" 선거제 개편·비례정당으로 효용성 반감돼 보수 일부 성공…구로을 김용태·강요식 무산 투표용지 인쇄…9일 사전투표 마지막 시한

총선 진보 후보 단일화 '옛말'…인천·창원 등 잇단 불발
[인천=뉴시스] 이종철 기자 = 21대 국회의원선거 공식선거운동 첫날 인천 연수을에 출마한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정일영 후보가 해양경찰청 앞에서, 미래통합당 민경욱 후보가 동막역 앞에서, 정의당 이정미 후보가 캠퍼스타운역 앞에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20.04.02. jc4321@newsis.com

[서울=뉴시스]정진형 기자 = 개정 선거법으로 도입된 연동형 비례대표제 하에서 치러지는 첫 선거인 4·15 총선에서 범진보 진영의 지역구 후보 단일화가 잇따라 불발되고 있다.

인천 연수을에 출마한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7일 YTN 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이기기 위해서 서로 철학이 다른 후보끼리 임의적으로 단일화하는 것은 국민들께 꼭 좋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불가 입장을 분명히했다.

연수을 지역은 미래통합당 현역 민경욱 후보와 인천공항공사 사장 출신 정 후보, 정의당 당대표를 지낸 이정미 후보간 3파전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3일 경남 창원성산을 찾은 양정철 민주연구원장도 "다른 정당과의 후보 단일화 문제는 이미 강을 건넜다"며 "중앙당 방침은 확고하다. 각 당이 단일화나 연대할 수 있는 기회는 지난 비례연합 정당 협상 과정이 마지막이었다"고 쐐기를 박았다.

민주당과 정의당은 이 과정에서 감정싸움 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지난해 연동형 비례대표제 협상 당시 갈등에 비례대표 연합정당 추진 과정에서의 앙금이 여전한 모양새다.

연수을에 출마한 이정미 정의당 후보는 YTN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지금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 이것에 기대서 수도권 전역을 다 가지고 갈 수 있다고 하는 상당한 자신감이 있었던 것 같다"며 "하지만 수도권 프리패스를 너무 믿게 된다고 하면 민심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나아가 같은 당 김종민 공동선대위원장은 전날 당 회의에서 정 후보를 겨냥해 "이명박-박근혜 정권 동안 교통안전공단 이사장과 인천공항공사 사장을 맡으며 승승장구해왔다"고 비난을 퍼붓기도 했다.

마찬가지로 경남 창원성산 역시 민주노총 출신 이흥석 민주당 후보와 지역구 현역 의원인 여영국 정의당 후보간 단일화 협상이 지난 6일 이 후보가 제안한 여론조사 단일화를 여 후보가 거부하면서 무산됐다. 이 후보는 7일 "정의당 후보는 더이상 진보 진영 단일화에 대한 의지가 없음이 확인됐다"고 협상 중단을 선언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 지역구인 경기 고양갑에서는 문명순 민주당 후보가 완주 의사를 밝힌 상황이다.

범진보 단일화 무산은 집권여당인 민주당 내에서 단일화 효용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진 것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해 4·3 보궐선거 당시 경남 창원성산에서 여영국 정의당 후보로 단일화해 선거를 치렀지만 불과 504표차 신승을 거둬 단일화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당 안팎의 목소리가 커졌다.

총선 진보 후보 단일화 '옛말'…인천·창원 등 잇단 불발
[창원=뉴시스] 3일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창원성산에 출마한 민주당 이흥석 후보 선거 사무소에서 공동정책협약식을 갖고 있다. (사진=민주당 경남도당 제공). 2020.04.03. photo@newsis.com

연동형 비례대표제 하에서 민주당을 비롯한 거대 정당들이 모(母) 정당이 돼 비례대표 정당을 운용하면서 군소 야당과의 선거연대 필요성도 줄어들었다.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도 지난해 12월 라디오 인터뷰에서 "후보 단일화는 없어질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정의당에 대한 여당 의원들의 '피로감'도 만연해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지난 2월 여권 핵심인사간 만찬에서 선거연대에 대해 "정의당이나 민생당이랑 같이하는 순간, X물에서 같이 뒹구는 것"이라고 부정적 인식을 드러낸 바 있다.

군소 정당 역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으로 정당 득표율을 높이기 위해 지역 후보들의 완주가 절실해졌다. 정의당은 이번 총선에 지역구 후보 77명을 냈다. 지역구 후보자들에게는 다음 선거 출마시 가산점도 약속했다.

심 대표는 지난해 7월 취임 1년 기자회견에서 "내년 총선 제일의 목표가 다수 지역구 출마자를 당선시켜서 비례정당 한계를 넘어서는 것"이라며 "단일화는 없다"고 했다.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민주당과 후보 단일화는 없다. 후보 단일화는 과거의 것이고 국민들이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었다.

보수 야권 후보 단일화의 경우 상대적으로 속속 성사되고 있지만 불발된 지역도 있다.

충북 청주흥덕에선 김양희 무소속 후보의 사퇴로 정우택 통합당 후보와 지역구 현역인 도종환 민주당 후보와의 사실상 1대 1 대결이 성사됐다. 인천 서을 지역도 박종진 통합당 후보와 이행숙 무소속 후보간 여론조사 경선이 합의돼 진행 중이다.

총선 진보 후보 단일화 '옛말'…인천·창원 등 잇단 불발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4.15 총선 서울 구로구을에 출마한 김용태 미래통합당 후보가 6일 오전 서울 구로구 포포인츠 바이 쉐라톤 서울 구로 호텔 앞에서 출근길 시민들에 인사하고 있다. 2020.04.06. amin2@newsis.com

반면 단일화 합의가 어그러진 지역도 있다. 서울 구로을의 경우 김용태 미래통합당 후보와 통합당을 탈당한 강요식 무소속 후보의 단일화가 사실상 무산됐다.

당초 보수 원로인 서경석 목사 중재로 이날까지 여론조사 경선에 합의했지만 강 후보가 당의 탈당자 복당 불허 방침에 문제를 제기하며 '8% 가산점'을 요구하면서 합의가 파기된 것이다. 지난 4일부터 5일까지 조사가 실시된 CBS-국민일보 의뢰 조원씨앤아이 조사에서 윤건영 민주당 후보 42.5%, 김용태 후보 37.5%, 무소속 강요식 후보는 11%였다.

서울 종로구에서 영등포을로 옮겨 출마한 이정현 무소속 후보도 지난 5일 "영등포을에서 마지막 순간까지 혼신의 힘을 다 쏟아붓겠다"고 완주 의사를 드러냈다.

일각에선 지난 20대 총선을 거치며 후보 단일화의 효용성에 근본적인 물음이 제기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권자들의 전략 투표가 활발해지면서 정당 차원의 인위적 후보 단일화 필요성이 적어졌기 때문이다.

일례로 지난 20대 총선의 경우 서울 은평갑에서 박주민 민주당, 김신호 국민의당 후보가 단일화한 것이 그나마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동작을 허동준 민주당, 김종철 정의당 후보도 단일화를 했지만 장진영 국민의당 후보와의 단일화가 불발되며 나경원 통합당 후보에게 졌다. 인천 연수을에서도 윤종기 민주당, 한광원 국민의당 후보간 단일화가 추진되다가 막판에 결렬됐다.

지난 6일부터 전 지역구가 순차적으로 투표용지 인쇄에 들어가면서 단일화 효과도 반감될 전망이다.
선거관리규칙 71조의 2에 따르면 투표용지 인쇄 전 공식 사퇴해야 투표용지에 '사퇴' 표기가 인쇄된다.

오는 9일부터 실시되는 사전투표의 경우 개별 투표소에서 그 자리에서 투표용지를 인쇄해 '사퇴' 표기로 반영이 가능해 사실상 마지막 단일화 시한이라 할 수 있다.

[알립니다] 본 기사와 관련해 20대 총선 인천 연수을에 출마했던 한광원 후보 측은 당시 "단일화 무산은 상대방 후보가 단일화 합의에서 정한 내용을 위반해 발생한 결과로 소송을 통해 확인된 것처럼 단일화 무산 책임은 한광원 전 국회의원이 아니다"라고 밝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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