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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식 봉쇄 vs 한국식 방역..감염병을 대하는 21세기의 고민

코로나19 사태가 불러온 체제 논란 '자율이냐 통제냐' 
도시 봉쇄 등 코로나 확산 차단 중국 "우리만이 할 수 있어"
한국 발빠른 전수조사·시민 참여.. "민주주의의 성공" 주목
거리봉쇄·전수조사 등 韓-中 방식 접목

중국식 봉쇄 vs 한국식 방역..감염병을 대하는 21세기의 고민
/사진=뉴시스

【 베이징=정지우 특파원】 코로나19가 철지난 체제우월성 문제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리고 있다. 코로나19와 관련해 권위주의와 민주주의 방식 중 어느 체제가 확산 차단에 효과적이냐는 논쟁이다.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국가가 중국과 한국이다. 중국은 공산당을 중심으로 도시 원천봉쇄 등 전례 없는 통제를 꺼내들어 자국 내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를 종식 단계까지 끌어내렸다. 반면 한국은 이 같은 강제성 대신 시민의 자율적인 참여에 호소하는 방법을 사용했고 효과를 거두는 중이다. 다만 세계 대부분 국가는 현재까지 어느 한 국가의 시행 대책을 일방적으로 따르진 않고 있다. 통제와 자율의 중간 단계에서 자국에게 가장 적합한 대책을 찾아가는 중이다.

중국식 봉쇄 vs 한국식 방역..감염병을 대하는 21세기의 고민
/사진=뉴시스

■"본받아라" 확산 잡은 中의 훈수

중국에서 확산세가 둔화되던 지난 2월 말. 중국 공산당 기관지 자매지인 환구시보와 영문판 글로벌타임즈는 '일부 국가의 바이러스 대응이 늦다'라는 제목의 공동 사설을 실었다. 일본, 한국, 이란, 이탈리아 등의 전염이 가볍지 않으며 지금보다 더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게 주장의 요지다.

환구시보의 총편집인은 트위터 계정에서 "후베이성 우한의 실수가 다른 나라에서 되풀이 되고 있어 걱정스럽다"며 "중국인이 보기엔 한국의 상황은 매우 심각해 보인다. 한국의 대응은 느리다"고 했다. 중국의 이런 자신감은 자국의 강제통제에 그 배경이 있다. 중국은 이보다 한 달여 전인 1월23일 코로나19 발원지 우한 도시 자체를 원천 봉쇄하는 극단적 대책을 전개했다.

반면 한국 등 몇 개 국가는 이 즈음 코로나19가 본격 확산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중국과 같이 강력한 통제는 시행하지 않았다. 체제가 달라 사실상 그 같은 강제성을 동원하기도 쉽지 않다. 따라서 중국의 훈수는 "왜 우리처럼 하지 않느냐"는 질책의 성격으로 해석됐다.

중국의 질타는 이후에도 계속됐다. 환구시보는 이튿날 단호한 대처를 한국정부에 다시 주문했다. 자국을 본받아 이동제한을 하라는 취지다.

중국 매체는 코로나19가 미국과 유럽을 장악할 조짐을 보인 이후 이들 국가에도 역시 비슷한 참견을 했다. 미국에겐 코로나19와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중국과 협력해야 한다는 제안까지 꺼냈다.

급기야 중국은 이를 체제의 우월성으로 규정했다. 우리만 할 수 있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인민일보 등 중국매체는 "중국 체제의 이점이 다시 한 번 입증됐다"는 내용의 여러 해설을 실었다. 학자 둥위전은 "중국의 코로나19와 싸움은 중국 공산당이 인류 역사에서 훨씬 강력한 관리능력을 가진 정당임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중국이 취한 매우 엄격한 사회 통제는 최소한 현재로선 현지에서의 확산을 멈춰 세운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중국 공산당은 코로나 개인의 자유보다 당국의 통제를 우선시하는 자체 모델 우월성의 증거라며 홍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식 봉쇄 vs 한국식 방역..감염병을 대하는 21세기의 고민
/사진=뉴시스

■민주주의 성공 '한국'이 입증

하지만 중국의 통제는 개인의 자유를 중요시하는 일반 민주주의 국가에선 가능한 수준이 아니다. 실제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는 중국의 통제 방식을 도입하지 않았다. 중국발 여행객의 입국을 막는 수준에서 대응방안을 모색했다. 초기 코로나19 확자가 폭증해 통제 불능 직전까지 갔었던 이탈리아 정도만 '중국식 도시봉쇄' 를 따라갔다. 다만 이탈리아의 경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핵심정책인 일대일로(신 실크로드 전략) 참여국가라는 점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적용 가능한 코로나19 대응법을 찾던 서방국가는 한국에 주목했다. 중국처럼 자택감금 등 강력 통제를 적용하지 않았는데도, 추가 확진자가 차츰 감소했기 때문이다. 그 배경엔 발 빠른 전수조사, 정부 대책의 투명성, 언론의 자율성, 높은 시민의식과 참여 등이 있었다고 주요 외신들은 분석했다.

'민주주의 역행' 논란의 스마트폰이나 신용카드를 이용한 확진자 동선 파악에 대해서도 긍정적 판단이 잇따르고 있다. 독일의 권위 있는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한국식 동선 파악은)사생활 침해로 볼 수도 있지만 결국 이러한 조치는 국민들에게 또 다른 자유를 확보해줬다. 한국 국민들은 통행제한 없이 생활하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칼럼리스트 조쉬 로긴은 워싱턴포스트(WP)에 기고한 '한국은 민주주의가 코로나19에 맞서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는 제목의 글에서 중국 등 다른 국가와 대응 사례를 비교하며 "민주주의가 적어도 고유한 강점을 활용한다면 공중 건강의 보호에 더 적합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진단했다.

세계 각 국가는 이 같은 체제우월성 논쟁보다는 자국에 가장 적합한 대응 방식을 선택했다.
두 체제의 장점을 조합하는 형태다. 거리봉쇄, 상점 영업 중단, 교통차단, 시설감금 등이 중국식이라면 사회적 거리두기, 외출금지의 시민 참여 독려, 마스크 착용, 무증상 감염자 전수조사 등은 한국의 방역 모델이다. "이는 현 시점에서 체제의 우월성 논쟁은 무의미하다는 것"이라고 일부 외신은 보도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