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례, 질본 국정감사서 '바텀알바' 모른다고 사퇴요구
사퇴요구한 김순례 의원, 총선에서 컷오프
WSJ 등 외신서 정은경 본부장 '진짜 영웅'으로 조명
지난 2018년 질병관리본부 국정감사 김순례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이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에게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국회방송 캡처
[파이낸셜뉴스] 코로나19 사태로 외신에서도 '영웅'으로 칭송받는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이 야당에 사퇴 요구를 들었다는 이야기가 화제가 되고 있다.
정은경 본부장은 지난 2018년 질병관리본부 국정감사장에서 야당 의원에게 사퇴 요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은경 본부장에게 사퇴 요구를 한 의원은 김순례 미래한국당 의원이다.
지난 2018년 12월 6일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의 김순례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은 정 본부장에게 "10~20대 젋은층이 아르바이트 삼아 동성 성교나 성매매를 통한 에이즈 감염률이 높아지고 있다"며 대책을 추궁했다.
난데없이 그는 "'바텀알바'라는 말을 들어봤느냐"고 묻고, 대답을 얼버무리는 정 본부장에게 고성과 표독스럽게 일그러진 표정을 지으며 대뜸 “당장 그 자리에서 나오라”고 다그쳤다. ‘바텀알바’라는 용어를 모른다고 본부장 자격이 없다며 즉각 사퇴하라고 윽박지른 것이다.
이에 한 템포 늦춰 “알고 있다”고 답하자, 김 의원은 "동성애가 에이즈의 주원인이냐”고 다시 수차례 따져 물었고, 정 본부장이 “동성애가 에이즈의 고위험 집단”이라며 “전파경로와 예상수칙을 적극 홍보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고압적인 김 의원은 마치 화풀이라도 하듯, 정 본부장에게 "한국 에이즈 감염자의 91.75%가 남성이며 99%가 성관계로 인해 전파된다"는 문구를 따라 읽을 것을 요구했다. 질병본부장을 초등학생 수준으로 깔아뭉개며, 망신을 주기 위해 작정한 것이다.
결국 이 때문에 여야간 고성과 삿대질이 오가는 등 치열한 공방이 펼쳐진 끝에, 국정감사가 중지되는 파행을 겪어야 했다. 20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김 의원은 21대 총선에서 컷오프 당하고 현재는 미래통합당의 비례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으로 당적을 옮긴 상태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을 소개한 월스트리트저널(WSJ) 화면
한편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달 초 정은경 본부장의 역할을 비중있게 소개했다.
리더십 전문가인 샘 워커는 이날 WSJ 연재칼럼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전 세계에 확산하면서 재밌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카리스마 있고 자존심이 강하고 정치적으로 계산적인 선출직 지도자보다는 전문 관료가 '진짜 영웅'으로 떠올랐다고 분석했다.
주요 사례로 우리나라의 정은경 본부장, 잉글랜드의 부(副) 최고의료책임자인 제니 해리스, 케냐의 무타히 카그웨 보건장관, 미국의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NIAID) 소장 등을 꼽았다.
공통점은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는 대중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인물들이라는 점이다. 워커는 "위기 상황에서는 누구도 얼마나 유명인사인지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특히 정은경 본부장의 사례를 소개하는데 상당 지면을 할애했다.
워커는 "정 본부장의 일관되고 솔직한 언급, 정보에 근거한 분석, 인내심 있는 침착함은 대중에게 강력하다"면서 "고조된 위기 국면에서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정 본부장을 신뢰하게 된다. 그의 말을 사실이라고 믿는다"고 호평했다.
워커는 "정 본부장은 자신에 대해 말하는 것을 꺼리고 소셜미디어를 피하며 인터뷰 요청을 정중하게 거절한다"면서 "그의 '빅토리 랩'(우승자가 경주 후 트랙을 한 바퀴 더 도는 것)을 보지는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이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더라도, 마치 정치인들처럼 전면에 나서진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그러면서 브리핑 도중 수면 시간에 대한 질문을 받은 정 본부장이 "1시간보다는 더 잔다"라고 답변했다는 내용으로 글을 마무리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