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의 한 투표소. 선거 안내요원들이 시민들에게 비닐장갑을 나눠주고 있었다./사진=이진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당일인 15일 오전 11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한 투표소에서는 입구에서부터 선거 안내요원들이 시민들에게 손 소독제를 뿌리고 일회용 비닐장갑을 나눠주고 있었다. 사상 초유의 감염병 사태 속에서 교차 감염을 막기 위해서다. 투표를 마치고 나온 시민들은 마련된 쓰레기통에 일회용 비닐장갑을 버렸다. 한 시민은 "방역 차원에서 당연한 결정"이라면서도 "쓰고 바로 버리는 비닐장갑이 아깝기도 하다"고 말했다.
코로나 19 사태로 방역 차원에서 비닐장갑 등 일회용품 사용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 일회용품 사용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지배적인 가운데 환경오염 문제가 대두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5일 환경부 등에 따르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전국 1만4330곳의 투표소에 일회용 비닐장갑을 비치했다. 총유권자 수는 4390만명가량이다. 환경단체에 따르면 이번 총선에서 사용되는 일회용 비닐장갑 쓰레기가 63빌딩 7개 높이(1716m)에 달할 거라고 예측하고 있다.
초유의 '방역 투표'를 두고 환경 오염이 나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12일 중앙방역대책본부 정례브리핑에서 '재사용이 가능한 개인 장갑을 써도 되느냐'는 질문이 나왔지만 정은경 본부장은 "일회용 비닐장갑을 쓰는 게 훨씬 더 안전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는 있지만 감염병 예방 차원에서 그 정도는 허용하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판단한다"고 답했다.
코로나19 사태가 확산하면서 일회용품 규제는 크게 완화됐다. 환경부 고시에 따르면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라 경계 이상의 경보가 발령되면 지자체에서 자율적으로 일회용품 사용규제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다. 이에 지난 2월 말부터 전국 카페와 식당 등에서 일회용 컵 등의 사용이 허용된 상태다.
일회용품 규제 완화와 달리 실제 사용량이 크게 늘지 않았다는 게 환경부의 설명이다. 환경부가 협약을 맺은 카페 등에서 수거된 종이컵과 플라스틱 컵은 규제 완화 전인 지난 1월 4만5621㎏에서 규제 완화 이후인 지난 2월 3만6572㎏으로 줄었다. 환경부 관계자는 "코로나 19 확산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 등으로 요식업계의 매출 자체가 줄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투표소에 자연 분해 되는 비닐장갑을 비치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해당 내용을 담은 청와대 국민청원 글에는 15일 오후 2시 현재 2067명이 동의했다.
환경부는 생분해성 비닐장갑 사용에 대해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답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반입된 플라스틱은 매립보다는 소각되는 경우가 많다"며 "되레 생분해성 요소가 재활용 시스템에 방해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현재 사회적으로 일회용품에 대한 환경 문제보다 전염병 확산 방지에 더욱 초점을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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