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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위상 급격 추락에 팬데믹 극복 '비상등'

WHO 위상 급격 추락에 팬데믹 극복 '비상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베이징=정지우 특파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계보건기구(WHO)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중단키로 하면서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극복에 비상등이 켜졌다.

미국은 WHO에 자금을 지원하는 대표적인 ‘큰 손’인데 이를 끊어버리는 것은 코로나19 최전방에 있는 국제기구의 손발을 묶는 결정이라는 것이다. 자금이 없으면 당장 코로나19 대응 사업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중국과 유럽연합(EU)을 비롯한 세계 각국과 국제기구는 곧바로 유감 성명을 냈다. 빌게이츠 등 코로나19에 관여하고 있는 유명인사와 주요 외신도 이 같은 판단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은 15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화상 언론 브리핑을 갖고 “유감스럽다”는 반응을 내놨다. 지원 중단 결정 하루 만이다.

그러면서 “지금은 공동의 위협에 맞서 함께 싸우기 위해 우리 모두가 하나가 돼야 할 시간”며 “만일 우리가 분열되면 코로나19는 그 틈을 이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WHO가 기본 의무 이행에 실패했다며 재검토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자금 지원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그가 ‘WHO의 중국 편향’ 발언을 해왔던 점을 감안하면 WHO의 책임을 묻고 이에 대한 개선을 요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WHO의 2018~2019년도 예산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기여금은 8억9300만 달러(약 1조859억원)로 회원국 가운데 가장 많다. 같은 기간 WHO의 전체 예산이 56억2360만 달러(약 6조8383억원)였던 점을 고려하면 약 16%의 예산에 구멍이 생기는 셈이다.

유럽연합(EU)과 독일, 프랑스 러시아, 아프리카연합 등 세계 각 국가들도 “정당화할 수 없다”며 강력히 비판했다. 중국은 “WHO의 능력을 약화하고 국제 방역 협력을 해치며 세계 각국, 특히 능력이 취약한 국가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의무를 다할 것을 촉구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6일 중국 공산당 이론지 치우스에 ‘단결과 협력은 국제사회가 전염병과 싸움에서 이기는 가장 위력적인 무기’라는 글을 게재했다. 트럼프 대통령 결정에 부정적 의견을 전달하면서 자신의 글로벌 리더십과 포용력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역시 “지금은 국제사회가 연대해 협력해야 할 때”라고 호소했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는 트위터를 통해 “지원 중단은 위험한 소리”라며 “세계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도 WHO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외신은 지원 중단과 각국 지도자의 비난을 전하며 “전 세계가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과 사투를 벌이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추가로 일격을 가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미국 민주당이 “WHO 지원 중단할 권한이 없다”고 질책하고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WHO와 여전히 협력해나갈 것이라고 밝히는 등 자국 내부에서도 반발 목소리가 커지는 점을 감안하면 결정이 번복되거나 단기간에 지원 재개될 가능성은 남아있다.
미 대선 레이스는 이미 시작됐다.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은 세계 공중보건을 위한 WHO의 역할을 강조하고 미국의 자금 지원 중단 결정 재고를 요청하며 여지를 남겼다. 그는 “미국은 WHO에 오랫동안 관대한 친구였고 앞으로도 그러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