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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운동의 성지' 울산 동구에 보수 깃발

민주-민중, 진보진영 표 양분
통합당 권명호 3956표차 당선

【 울산=최수상 기자】 21대 총선에서 울산지역 진보 진영의 우려가 현실이 됐다. 1987년 노동자대투쟁을 통해 노동운동의 성지와도 같은 울산 동구에서 미래통합당 권명호가 후보가 38.4%로 당선됐다. 재선을 노렸던 민중당 김종훈 의원은 4.5% 뒤진 33.9%의 득표에 그치며 고배를 마셨다. 득표수 차이는 불과 3956표다.

이 같은 결과는 예견됐다. 이번 선거에 울산 동구는 청와대 행정관 출신의 더불어민주당 김태선 후보와 울산 동구청장을 역임한 미래통합당 권명호 후보, 지역 현역의원으로 재선을 노리는 민중당 김종훈 후보, 국가혁명배당금당 우동열 후보, 노동당 하창민 후보 등 5명이 출마했다.

투표에 앞서 지역 정계는 민주당, 통합당, 민중당의 3파전일 경우 권 후보의 승리를, 1대1 구도에서는 진보진영 후보가 승리할 것으로 예측했다. 민주당 김태선 후보와 민중당 김종훈 후보의 출마로 진보진영 유권자들의 표가 양분될 경우 보수진영 고정 지지표를 확보하고 있는 권 후보의 당선이 유력하다고 봤다. 결과는 그 예상이 맞았다.

16일 선관위 최종 집계에 따르면 울산 동구는 유권자 13만353명 중 8만9256명(투표율 68.5%)이 투표했고 이 가운데 미래통합당 권명호 후보는 3만3845표(38.4%), 민중당 김종훈 후보는 2만9889표(33.9%), 더불어민주당 김태선 후보는 24.5%인 2만1642표를 득해 3위를 기록했다.

1,2위의 표 차이가 3956표인 점을 감안하면 김종훈 후보와 김태선 후보가 단일화를 성사시켰을 경우 결과는 크게 달라졌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선거일을 앞두고 두 후보 사이에 단일화 제안이 오갔지만 1명이 사퇴해야 하는 현실적인 벽에 부딪혀 결실을 내지 못했고 결국 둘 다 패하는 현실로 이어졌다.

재선을 노린 민중당 김종훈 후보의 경우 노동당 하창민 후보와의 사전 노동자후보 단일화에 노력을 기울였어야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계 한 관계자는 "이번 총선에서 범여권은 180석이라는 압승을 했지만 울산에서 북구 1석을 제외하고 통합당에 5석을 내주었고, 무엇보다 범진보 진영이 1석을 추가할 수 있었던 동구에서 패착을 뒀다"며 "다음 지방선거에서 보수진영이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지역 여당과 범진보의 고민은 깊어질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