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머니 송금땐 수수료 주겠다"
중간책으로 한국 학생들을 이용
자신도 모르게 범죄행각에 가담
경찰 "처벌 받을 수 있어 주의를"
사진=뉴스1
어린 아이부터 성인까지 남녀노소가 즐기는 온라인 게임이 범죄에 악용되고 있다. 일부 게임이 해외로의 송금, 돈세탁 등의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는 것인데,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중·고등학생들도 범죄에 가담하는 경우가 늘고 있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돈세탁 등에 게임머니 악용돼
22일 경찰과 피해자 등에 따르면 온라인 게임 머니를 이용한 범죄 사례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대부분 중국 등 해외에 본거지를 두고 있는 일당의 소행인데, 이들은 해외송금을 손쉽게 하거나 돈세탁이 필요한 경우 게임머니를 이용한다.
이용 방식도 다양하다. 중고거래 사이트에서의 사기 거래를 통해 마련된 자금을 송금하거나 불법 도박 사이트에서 승부조작 등을 통해 벌어들인 돈의 출처를 알아보기 힘들게 만드는 데 게임머니가 악용된다.
최근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사기 피해를 당한 직장인 A씨는 피해 사실을 경찰에 알렸다.
경찰 수사 결과 A씨의 돈을 받은 사람은 한국의 20대 대학생이었다. 그는 피해자들로부터 받은 돈으로 유명게임의 게임머니를 구입, 온라인 상에서 중국 범죄 조직의 게임 캐릭터와 접선해 건넨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 현금(원화)→게임머니→현금(위안화)'의 과정을 거쳐 중국 범죄 일당에게 피해액이 전해진 것이다. 해당 학생은 "범죄에 이용되는 줄 몰랐다"는 취지로 진술하며 선처를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비슷한 유형의 범죄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게임 시장이 커지면서 게임머니를 현금으로 사고 파는 시장의 규모도 덩달아 커졌기 때문이다.
이처럼 게임머니를 통해 자금이 전해질 경우 전달 과정을 확인하기 어렵고, IP추적 등을 통해 해외 계정의 주인과 접속 위치 등을 특정해야 해 검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
■'나도 모르는 사이 범죄자로?'
한국의 중·고등학생들이 의도치 않게 범죄에 가담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한국인을 대상으로 범죄를 진행하기 위해선 행동대장 역할을 담당할 사람이 필요하다. 범죄 조직은 주로 페이스북이나 텔레그램 등을 통해 '재택근무 아르바이트생을 모집한다'며 한국의 학생들을 현혹한다.
계좌로 들어온 돈을 게임머니로 바꿔 건네기만 하면 수수료를 받을 수 있으니 깊은 생각 없이 범죄 온상에 발을 내딛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 이들 중에는 자신의 명의로 된 계좌를 개설해 범행에 이용하는 이들도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학생들이 자신의 명의, 그리고 돈 자체에 대해 너무 쉽게 생각하다보니 자신도 모르게 범죄 행각에 가담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며 "가담 정도, 고의성 등을 고려하긴 하지만 범죄 행위에 간접적으로 가담한 것만으로도 처벌 받을 수 있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jasonchoi@fnnews.com 최재성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