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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제윤 전 금융위원장 "'큰 정부' 등장 불가피…경제민족주의 대세로 굳어질 수도" [제21회 서울국제금융포럼]

"포스트 코로나, 돈풀기로는 한계… 지속가능한 세계화 시급"
현재의 미-중 대립구도는 사태 해결 도움 안돼… 국제연대 필수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 "'큰 정부' 등장 불가피…경제민족주의 대세로 굳어질 수도" [제21회 서울국제금융포럼]
22일 파이낸셜뉴스가 서울 소공로 웨스틴조선호텔에서 '포스트 코로나 글로벌 금융시장의 위기와 도전'이란 주제로 개최한 제21회 서울국제금융포럼에서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이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김범석 기자
글로벌 국가들이 코로나발 경제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대규모 유동성 공급을 하고 있지만 코로나 이후 바뀌는 '뉴노멀'에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코로나 이후 '빅거버먼트(큰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면서 경제민족주의가 대세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에 대비해 '지속가능한 세계화'를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파이낸셜뉴스가 22일 서울 소공로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개최한 제21회 서울국제금융포럼에서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은 기조강연을 통해 코로나 이후 경제의 가장 큰 리스크는 '불확실성'이며 이는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치료제나 백신이 개발돼 경제가 정상화된다 해도 자그마한 충격이라도 올 경우 경제는 다시 움츠러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코로나19는) 역대 질병과 달리 전염속도가 굉장히 빠르고 SNS의 발달로 참담함이 실시간으로 전파되면서 공포가 극대화된 경험을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제는 기존의 '저성장, 저물가' 기반의 경제적 불확실성과는 다른 차원의 '코로나 뉴노멀' 시대가 도래한다는 것이다. 신 전 위원장은 "각국 정부의 막대한 유동성 공급은 당분간은 위축된 경제활동을 회복시키겠지만 장기적인 시계가 안 보이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속가능한 세계화 추진과 산업의 구조조정에 대한 종합적 대책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코로나 이후 큰 정부의 등장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모든 나라들이 수출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등 자국 우선주의 현상이 강화되면서 그동안 자유무역주의의 근간이 되어왔던 국제분업체계에 큰 변화가 생기게 될 것이란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신 전 위원장은 "국제분업이란 건 자기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에 투자해서 효율을 극대화시키는 것인데 이제는 국가의 안전, 건강에 대한 것은 우리가 생산해야 한다는 자급자족의 움직임으로 갈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가장 나쁜 시나리오를 가정해본다면 '경제민족주의 팽배-교역 축소-글로벌 총수요-한계기업 도산'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어 상당수의 저개발국가들은 채무위기를 겪게 되고, 대규모 부실채권이 발생하면서 금융경색이 심화되고 경기침체가 가속화되는 악순환이 시작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런 경제 악순환 과정에서 어느 한 고리를 끊어내는 것이 포스트 코로나 이후의 과제라는 것이다.

신 위원장은 "지속가능한 세계화가 굉장한 과제인데 다른 나라의 협조 없이는 힘들다"면서 "이는 죄수의 딜레마와 같아 내가 먼저 시행해 손해를 볼 수 있는 상황이 될 수 있어 글로벌 리더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양대 강국인 미국과 중국의 대립구도로는 모든 국가들의 경제민족주의 흐름을 더 부추기게 되는 만큼 하루빨리 국제간 연대를 모색해야 한다"면서 "2008년 금융위기 때 주요 20개국(G20)을 중심으로 경제위기를 극복했던 것과 같이 미국이 의장국으로 복귀해 국제연대에 입각한 경제위기 극복을 주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신 전 위원장은 코로나 이후 대면접촉을 꺼리게 되면서 기존에 있었던 산업은 굉장히 타격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대면을 필수로 하는 서비스업의 경우 상당부분 회복이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그는 "역설적으로 과감한 규제완화를 통해 서비스업의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과감한 원격진료 허용이나 민간병원 설립 등이 대표적인 예"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임광복 팀장 김경아 차장 홍석근 차장 연지안 박지영 윤지영 최경식 최종근 이용안 이정은 최두선 김미정 김정호 김현정 강구귀 기자

aber@fnnews.com 박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