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정부가 코로나19에 따른 국가재난지원금 지급을 결정한 가운데 가계의 긴급자금 수요 대응을 위해 퇴직연금을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를 위해 부 차원에서 퇴직연금의 중도대출 등에 대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진억 보험연구원 연구원은 26일 '가계 긴급자금 수요 급증에 따른 퇴직연금 활용 검토' 보고서에서 코로나19로 인해 긴급자금이 필요한 퇴직연금 가입자에 대해 담보대출이나 중도대출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연구원은 이에 대한 사례로 미국의 코로나19 대응 지원 법안을 언급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코로나 구제 및 경제부양법(CARES법)에 일정 조건을 충족하는 개인이 자신의 퇴직연금에서 최대 10만달러까지 벌금 없이 긴급인출하는 것을 허용했다. 그동안 미국의 퇴직연금제도는 노후 소득을 위한 적립금 보호를 위해 중도인출, 긴급인출, 대출금 등의 조기인출에는 고용주의 허가와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왔다. 하지만 이번에 CARES법 제정을 통해 퇴직연금의 긴급인출과 담보대출을 허용한 것이다. 다만 긴급인출 신청 적격 가입자는 2020년 중에 본인, 배우자 또는 부양가족이 코로나19로 진단받거나 코로나19로 일시해고, 해고, 근무시간 단축 또는 작업 불능(격리 등)인 경우로 한정했다.
2005년에 도입딘 우리나라 퇴직연금제도는 2019년말 적립금이 221조2000억원이 됐으며, 이는 국민연금 적립금(737.7조 원)의 30.0% 수준으로 가입자당 퇴직연금 적립금이 3529만원에 달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퇴직연금은 별도의 긴급인출제도가 없으나 고용주의 허가나 벌금 없이 다양한 사유에 의해 중도인출과 담보대출이 가능하다. 하지만 전염병 감염 시 중도인출이나 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는 규정이 없다.
김진억 연구원은 미국의 사례를 언급하며 "코로나19로 인해 긴급자금이 필요한 퇴직연금 가입자에 대해 우선적으로 담보대출을 활용하거나 예외적으로 중도인출을 허용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현 퇴직급여보장법 시행령상 고용노동부장관의 고시 사항으로 되어 있는 '기타 천재지변 등'에 대한 고시를 통해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 감염을 중도인출과 담보대출 대상으로 편입시키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노후자산 감소 방지를 위해 중도인출의 경우에는 금액한도, 담보대출의 경우에는 상환기간을 설정해 위기 극복 이후 퇴직연금 자산의 재적립을 유도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 연구원은 "미국은 CARES법 제정을 통한 긴급인출 허용에 있어서도 6개월간 한시적으로 신청하게 하고, 중도인출의 경우 재적립할 경우 소득세와 벌금을 면제하고 일정기간 후 상환해야 하는 담보대출을 권장함으로써 노후자산의 축소를 방지하고 있다"면서 "중장기적으로는 노후소득 적립 강화를 위해 퇴직연금 인출제도를 보다 엄격하게 만드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hsk@fnnews.com 홍석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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