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어린이집 원장이 학부모 대표를 통해 교사에게 노동조합 탈퇴를 권유한 것은 부당노동행위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홍순욱 부장판사)는 경기도 한 시립어린이집 원장 A씨가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노동행위 구제재심판정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A씨가 운영한 어린이집 보육교사 5명 중 4명은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노조) 소속이었다. 해당 보육교사들은 2017년 3월 전국단위 노조 상급단체 자격으로 A씨에게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하지만 10차례에 걸친 교섭 진행에도 불구하고 합의에 이르지 못하자 노조는 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에 노동쟁의조정신청서를 제출했다. 지노위는 보육교사이자 어린이집 노조 분회장을 활동하고 있는 B씨의 근로시간면제 한도를 연간 100시간으로 하는 내용 등이 포함된 조정안을 제시했고 이후 합의가 이뤄져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그런데 몇 달 뒤 A씨가 학부모 대표 C씨에게 부탁해 "B씨에게 노조에서 탈퇴할 것을 권해달라"고 부탁을 했다. C씨는 이를 받아들여 B씨에게 관련 내용을 전달했고, B씨는 원장실에서 A씨와 면담했다.
이후 노조는 2018년 11월 지노위에 "부당노동행위"라며 구제신청을 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81조 4호는 '근로자가 노동조합을 조직 또는 운영하는 것을 지배하거나 이에 개입하는 행위'를 부당노동행위로 규정한다.
이에 지노위와 중앙노동위원회 모두 부당노동행위라고 판단했지만, A씨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A씨는 "C씨가 노조원인 교사가 스스로 노조 탈퇴를 언급했다는 말을 듣고 한 번 더 이야기해달라는 소극적 부탁을 한 것일 뿐"이라며 "지시를 내릴 수도 없는 위원장이 자신의 판단 아래 교사와 대화를 한 것을 부당노동행위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노동위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씨가 B씨에게 부탁을 한 이유는 직접 탈퇴를 권유할 수 없어 C씨를 통해 탈퇴를 종용하기 위함이었다"며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입장이 아니었던 C씨가 A씨의 부탁이 없었다면 B씨에게 탈퇴에 관한 말을 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원장이 노조원에게 "노조 가입으로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 '노조 활동은 보육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노조를 탈퇴해야 선생님들이 변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는 등 노조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밝히고 탈퇴를 종용한 것도 부당노동행위라고 판단했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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