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공시가격을 28일 확정했다. 3만7000건 넘는 이의신청이 대거 접수됐으나 수용률은 2.4%에 그쳤다. 서울의 공시가격 상승률은 14.73%로 확정돼 겨우 0.02%포인트 낮아졌다. 전국 평균 상승률은 5.98%로 0.01%포인트 조정됐다. 이의신청 절차가 요식행위에 그친 셈이다.
긴 안목에서 공시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 올해 아파트 현실화율, 곧 공시가격을 시세로 나눈 값은 여전히 69% 수준에 머문다. 시세 10억원짜리 아파트라면 공시가격이 6억9000만원이란 뜻이다. 공시가격은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 등 보유세를 계산할 때 과표기준이 된다. 따라서 공시가격을 높이면 세 부담이 껑충 뛴다. 부동산 투기를 막고 집값 안정을 유도하는 데 공시가격 인상만 한 무기도 없다.
다만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타이밍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온 세상이 어수선하다. 미국을 필두로 주요국이 대규모 경기부양에 나섰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소비가 꽁꽁 얼어붙자 국민에게 예산을 나눠주는 일까지 생겼다. 우리도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이 시기에 세 부담을 높이는 정책을 고수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판단인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어쩌면 재난지원금 가운데 일부는 종부세나 재산세를 내는 데 쓰일지도 모른다.
집값 동향도 당분간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경제위기 때는 늘 집값이 떨어진다. 코로나 위기는 금융위기를 능가하는, 대공황에 버금가는 충격이 예상된다. 최근 집값도 하락 낌새를 보인다. 집값이 오를 때 보유세 부담이 커지면 그래도 견딜 만하다. 거꾸로 집값이 내릴 때 보유세를 더 내라고 하면 화부터 나는 게 인지상정이다. 이는 자칫 조세저항을 부를 수 있다.
공시가격 인상을 통한 보유세 강화정책을 포기하란 얘기가 아니다. 다만 코로나 위기가 이어지는 동안만이라도 공시가 인상을 보류하면 좋겠다. 범정부 차원의 다른 부양정책과 보조를 맞추려면 오히려 올해 보유세는 지난해 수준으로 동결하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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