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0%대 금리가 본격화 되면서 지난 4월 한 달간 5대 은행의 정기예금에서 2조7000억원 규모의 자금이 순유출됐다. 지난해 같은 달 6조7000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자금 이탈 움직임이 뚜렷하다.
이는 기준금리 '빅컷' 이후 각 은행의 대표 상품마저 금리가 속속 0%대에 진입하면서 투자 매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코로나19 여파로 가계 살림이 팍팍해지면서 저축 여력이 떨어지고, 일부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이동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1000만원 넣어도 이자 6만원
6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4월 말 기준 총 649조6198억원으로 전월 대비 2조7079억원 감소했다.
5대 은행의 월별 정기예금 잔액은 2018년 4월 6조8853억원에서 지난해 4월 6조7000억원 증가했다. 이를 감안하면 올들어 정기예금에서 다른 곳으로 발길을 돌린 고객이 눈에 띄게 늘었다. 이는 정기예금 상품 금리조차 0%대로 떨어지면서 상품 매력도가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연 0.70% 금리를 주는 1년 만기 정기예금에 1000만원을 넣으면 세전 이자는 7만원이다. 여기에 이자소득세 15.4%(지방소득세 포함)를 제외하면 1년 후 실제 수령하는 이자는 5만9220원에 불과하다.
현재 신한은행의 '쏠편한정기예금' 기본금리는 연 0.90% 수준이다. 하나은행의 'N플러스정기예금'과 농협은행의 '큰만족실세예금' 기본금리는 각각 연 0.75%다. 국민은행 'KB Star 정기예금' 기본금리는 연 0.70%, 우리은행의 '위비정기예금' 기본금리는 연 0.60%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하 영향 등으로 예금금리가 워낙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다 보니 일부 고객들이 정기예금에서 이탈하려는 모습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코로나19 여파로 가계소득이 줄면서 예금을 해지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일부 자금은 주식시장으로 이동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개인투자자의 증시 입성 대기 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은 2월 20조원대에서 3월 이후부터는 계속 40조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1%대 이하 정기예금 99%
한국은행에 따르면 3월 기준 1년 만기 금리가 0~1%대인 정기예금 비중은 99.7%에 달했다. 특히 금리가 0%대인 정기예금 비중은 10.6%로 전월대비 7.8%포인트 급증했다.
앞으로 예금금리는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영향 등으로 한은이 오는 28일 추가로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부 은행들은 특판 상품을 내놓거나 금리를 올리는 방식으로 고객 잡기에 나서고 있다. 코로나19 소상공인 대출 등으로 예수금을 확보해야 하는데다 정기예금 이탈이 장기화 될 경우 은행의 고정 이용층이 흔들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신한은행은 4일부터 '2020 신한 프로야구 정기예금' 2차 판매를 시작했다. 총 판매 한도는 1조원이다.
지난달 1차 판매 당시 한도 5000억원이 조기에 소진되는 등 큰 인기를 누렸다. 1년 만기 기본금리는 연 1.3%로 다른 상품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하나원큐 정기예금' 기본금리를 기존 연 0.60%에서 연 0.80%로 0.20%포인트 인상했다.
cjk@fnnews.com 최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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