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가 다양한 스펙트럼의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른바 언택트(비대면) 경제가 대세가 되다보니 시장에서 예기치 않은 변수가 속출하면서다. 세계적으로 곡물가격 급등에 따른 물가상승, 즉 '애그플레이션'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4월 중 식품물가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외식을 줄이고 집에서 요리해 먹는 가계의 비중이 늘면서다. 이 가운데 '집밥 열풍'의 주역은 단연 계란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달 계란 소매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5%나 올랐다. 미국은 우리보다 더 심했다. 지난달 마지막 주 계란 도매가격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323% 폭등했다니 말이다.
그러니 '코로나 에그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가 탄생했을 법하다. 문득 지난 2008년 세계적으로 애그플레이션 현상이 일어났을 무렵 국내 한 유명 앵커의 실언이 생각난다. 애그플레이션은 본래 농업(Agriculture)과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다. 그런데 그는 당시 농산물 가격 폭등을 다루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애그플레이션의 '애그'는 계란의 '에그'(egg)를 가리키는 거겠죠?"라고 반문해 구설을 탔었다.
애그플레이션은 식료품 수요 급증뿐 아니라 고유가로 촉발될 수도 있다. 석유 의존도를 줄이려 옥수수나 콩 등으로 바이오연료를 만들면서다. 그래서 작금의 애그플레이션 기미는 이례적이다. 세계적 저유가 추세 속에 생기고 있어서다. 이는 순전히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볼 수 있다.
문제는 계란 등 특정 품목의 단기적 수급불안을 넘어 애그플레이션 현상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는 점이다.
안영진 SK증권 연구원도 지난주 펴낸 보고서에서 "세계적 방역전쟁은 식량안보를 매개로 수출입 제한조치와 애그플레이션을 더 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렇다면 정부는 당연히 쌀과 밀 등 주요 곡물의 장기 수급상황을 미리 점검해야 할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도 곡물 비축설비 확충과 민간 의무비축 제도 도입 등을 권고하고 있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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