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들이 14일 서울 종로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구 의료기사에 관한 법률 제12조 등 위헌제청 사건의 공개 변론에 참석하고 있다. /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안경사만 안경가게 여는 것, 불공평하지 않나요?'
사소하다면 사소하고, 중대하다면 중대한 이 질문의 답을 내리기 위해 대한민국 법의 중심이 움직였다. 헌법재판소는 14일 헌재 대심판정에서 안경 제조·유통 업체 대표 허모씨 등 2명이 낸 위헌법률심판 제청 사건의 공개 변론을 진행했다.
■'안경사 없어?' 형사처벌 대상!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이하 의료기사법) 12조 1항은 안경사가 아니면 안경을 조제하거나 및 판매하는 업소를 개설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를 어긴 이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위헌제청신청을 한 허씨 등은 안경사 면허가 없는 법인을 설립하고 직영 안경가게 9곳을 개설했다. 의료기사법 위반 혐의를 받은 허씨는 재판에 넘겨졌고, 1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명령 160시간을 선고받았다. 허씨는 항소를 결심했고 항소심이 진행되던 중 위헌제청신청을 하기에 이르렀다. 재판의 전제가 되는 의료기사법 12조 1항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이유에서였다.
허씨 측은 "의료기사법 12조 1항은 직업 선택·수행의 자유, 그리고 결사(단체를 조직하는 것)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직업의 자유 vs. 보건의료서비스
쟁점은 의료기사법 12조 1항이 직업의 자유나 평등권 같은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다.
허씨 측 참고인으로 나온 정광현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행법에 의한 안경사의 기득권 보호는 경쟁의 자유를 포함한 자유 이념을 훼손한다"며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 자유, 창의 존중을 지향하는 우리 헌법상 경제 질서에도 배치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 교수는 "직업을 수행할 만한 능력과 자질을 똑같이 갖췄는데 한 집단 우대를 위해 다른 집단을 차별하고, 진입장벽 설정 및 형벌까지 동원해 취업기회 자체를 봉쇄하는 것은 직업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안경사 측은 안경 조제의 특수성과 영세 안경가게 보호를 내세워 반박했다.
대한안경사협회 윤일영 윤리이사는 "안경사 업무는 보건의료서비스의 제공"이라며 "안경가게 개설주체를 제한하지 않으면 안경사 업무는 자본논리에 종속될 것이고 안보건 시스템 붕괴로 인한 각종 부작용을 야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헌재는 이날 변론과 참고인 진술을 참고해 해당 조항의 위헌을 조만간 판단할 예정이다.
jasonchoi@fnnews.com 최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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