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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유흥·커넥트…'인간 욕망' 파고든 잔인한 바이러스

종교·유흥·커넥트…'인간 욕망' 파고든 잔인한 바이러스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서울=뉴스1) 정재민 기자 =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과 성소수자 클럽, 이태원 클럽과 주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종교, 유흥업소, 술집 등 일상 생활에 만연한 '인간 욕망'의 빈틈을 파고들었다.

코로나19는 어쩌면 가장 취약한, 어쩌면 가장 일상적인 곳곳에 침투했는지도 모른다.

세계적인 호평을 받은 K-방역은 이제 시민 바로 옆에 있는 시설, 개인의 욕망과의 싸움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14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이날 정오 기준 이태원 클럽발 확진자는 133명이다. 지난 6일 경기도 용인 66번째 환자의 확진 판정 후 8일 만이다.

지난 2월 말~3월 초 신천지 대구교회 신도(전국 31번째 확진자·대구 1번째 확진자)가 쏘아 올린 대구·경북 지역의 폭발적인 코로나19 확산세에 주목받은 건 신천지라는 종교집단이었다.

신천지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자 만 89세의 이만희 총회장이 지난 3월2일 직접 무릎을 꿇고 사죄했다. 이를 통해 쉬쉬하던 신천지라는 종교단체의 면면이 수면 위로 떠올랐고, 신천지 가출 자녀 피해 부모들의 눈물 어린 호소도 알려졌다.

방역당국과 각 시·도 지방자치단체는 떠오른 신천지와 교인에 대해 전수조사, 부속 시설 무기한 폐쇄 조치, 설립허가 취소, 구상권 청구 등 강력한 조처를 했다.

이후 코로나19는 요양-정신병원, 해외입국자들에게 옮겨갔다. 방역당국의 시선도 자연스레 신천지에서 이들로 옮겨갔다. 그러는 사이 지난달 15일 코로나19 사태 속 세계 최초로 전국 단위 선거(총선)를 치렀고 방역당국은 자신감을 얻었다.

이에 강도높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점차 완화됐다. 그리고 5월 황금연휴를 맞았다.

방역당국은 수차례 '조용한 전파'를 우려하며 경고·당부 목소리를 보냈지만, 생활 속 거리두기를 시작한 6일 경기도 용인 66번째 환자가 이태원 클럽 5곳을 방문한 뒤 확진 판정을 받으며 새로운 기로에 놓이게 됐다.

눈에 띄는 것은 이 확진자가 방문한 클럽 중 성소수자 클럽으로 알려진 곳이 있다는 점이다. 신천지 사례에서 명단 확보에 어려움이 있었던 것처럼 성소수자들이 '아우팅(자신의 성적 지향·정체성이 강제로 알려지는 것)'이 두려워 자발적인 진단검사에 머뭇거리고 있는 모습이다.

여기에 최근 주요 감염경로인 이태원 클럽, 해외접촉과는 무관한 홍대 일반 주점에서도 20대 확진자가 5명이 발생했다. 이들은 노래방, 주점, 지하철, 실내포차 등 일반 시민도 누구나, 쉽게 갈 수 있는 곳에서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에 결국 터질 것이 터졌다는 평이 나온다.

종합하면 종교, 클럽, 주점, 노래방 등 일반 시민들의 피로감, 스트레스를 달래준 시설이 결국 슈퍼전파 통로 역할을 했다.
이태원발 사태의 2차 골든타임 데드라인은 고3 등교개학이 예정된 오는 20일로 6일밖에 남지 않았다.

그간 숱한 위기 속 어렵게 쌓아온 공든 탑이 결국 시민들의 곁에 있는 시설들로 무너질 위기에 있는 만큼 방역당국은 시민들의 성숙한 시민의식 발휘를 호소하며 시·도 지자체와 함께 엄격한 점검에 나설 계획이다.

권준욱 방대본 부본부장은 전날 "현재 상황은 지난 2월 말에서 3월 초 기간의 코로나19 폭발적 발생과 분명히 차이가 있다"면서 "의료기관 적극 신고와 선별진료소 검사 규모 확대로 조기에 발견하고 추적하는 대응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