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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여당 믿고 개헌 불지핀 文… 21대 시작부터 블랙홀 되나

개헌안 통과하려면 23석 모자라
범진보 연합에 보수 협조도 필요
코로나 극복 이후 본격 움직일 듯

문재인 대통령이 '5·18정신'을 헌법에 담아야 한다며 개헌 방향을 제시함에 따라 개헌론이 정치권 화두로 급부상하고 있다.

집권 여당이 21대 총선을 통해 177석 슈퍼여당으로 등극한 뒤 여당에선 우후죽순 나오는 개헌론에 지도부가 제동을 걸어왔다. 자칫 개헌이 모든 이슈를 집어삼키고 다시 국론분열을 부추길 가능성 때문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개헌 카드를 꺼내면서 여권의 개헌론이 다시 불이 붙는 것은 물론 개헌 저지선(200석) 이상 확보를 위한 여권의 합종연횡과 개헌공조 흐름 등 낱알 줍기 움직임도 조만간 본격화될지가 주목을 끌게 됐다.

■'범진보 연합' 구축될까

15일 민주당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집권여당 민주당에 개헌을 완수하라는 '숙제'를 내줬다는 평가가 많다.

문 대통령은 지난 14일 5·18 민주화운동 40주년 특별 인터뷰를 통해 "5·18 민주화운동과 6월 민주항쟁이 헌법에 담겨야 국민통합도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의미만 봐서는 5·18정신을 강조하기 위한 의미로도 보이지만 이로 인해 개헌 추진의 시동이 걸린 것만은 분명하다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앞서 지난 2018년 문 대통령이 직접 개헌안을 내놨지만 여야 협의 불발로 좌초된 경험이 있어 여권에선 개헌이 못다 이룬 숙원사업으로 불린다.

여권 내에선 일단 본격적 개헌 논의에 대비해 구체적 의석 확보나 개헌동조를 위한 우호의석 확보 시나리오도 관심을 끌고 있다. 우선 민주당이 자체적으로 확보하고 있는 의석이 177석으로 개헌 정족수인 200석에 23석 모자란다.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열린민주당(3석), 정의당(6석), 무소속 및 군소정당(약 4석) 등을 합쳐도 10석가량 부족하다. 이 때문에 개헌안을 통과시키기 위해선 범진보 연합 구축은 물론 보수진영의 협조까지 도출해야 한다.

■개헌 방향 '백가쟁명'

다만 민주당 내에서도 아직 개헌에 대한 구체적 논의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는 분석이 많은 편이다. 그래서 당내 중진의원을 중심으로 백가쟁명식 의견교환만 이뤄지고 있다.


수도권 한 중진의원은 "기본적으로 개헌이 필요한 것은 맞다"면서도 "현실적으로 4년 중임제 개헌이 아니면 동의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차기 당권주자로 분류되는 송영길 의원은 대통령 중임제와 책임총리제 도입을 골자로 한 개헌안을 제안했고, 차기 국회부의장 후보로 거론되는 이상민 의원은 의원내각제 또는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을 공식 언급한 바 있다.

다만 개헌에 대한 야당의 반발이 예측되고, 민주당 역시 코로나19 사태 극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어 향후 개헌을 둘러싼 논의는 장기전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juyong@fnnews.com 송주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