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18일 오후 서울 송월길 서울시교육청에서 학생 등교 수업 운영 방안에 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조희연 교육감이 기자회견에서 '법정 의무교육시간 축소'를 처음으로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또 집단감염사태 추이 및 지역감염 상황이 심각해질 경우 수학능력시험(수능) 연기 가능성도 언급하며 현재의 등교 계획도 전면 재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18일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학생 등교 수업 운영 방안'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학사일정은 학교와 구성원의 협의에 따라 정하는 것을 기본원칙으로 하되 방역은 교육청의 주도로 최대한 꼼꼼하고 섬세하게 준비했다"고 강조했다.
조 교육감은 "지난 금요일 본청의 모든 팀장이 모여 코로나 국면에서 축소해야 할 사업을 모든 부서에서 발굴하도록 회의했다"며 "학교에 법으로 규정된 법정 의무교육 축소까지도 의회와 논의할 것"이라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법정 의무교육시간은 독도 교육, 약물예방 교육 등 '범교과학습주제와 관련된 교육과정상 법정 의무교육시간'으로 현재 46시간 이상 교육하게 돼 있다. 학교 현장에서는 교원들이 학생들의 안전과 수업에만 집중하기도 힘든 상황에서 통상적인 업무까지 시달리고 있어 이 부분을 경감해달라는 요청이 쇄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조 교육감은 실제 성희롱, 성폭력, 성매매 예방 교육 의무 연수 등을 2개씩 병행해 듣고 있는 교원들의 상황을 언급하며 "통상적인 행정업무 전체를 대대적으로 축소하고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코로나 위기상황에서 범교과 교육과정을 모두 이수하기 어려운 현실을 반영하기 위해 관련된 협의가 필요하다는 의미"라며 "학년별 수업시수 감축과는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조 교육감은 코로나19 상황이 다시 악화될 수 있는 상황도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수능은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주장한 9월 신학년제를 도입하지 않아도 현재 틀 내에서 한 달까지 연기가 가능하다"면서 "대학이 4월 1일 개학하는 게 불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위기에서는 현행 제도 틀 내에서 가능한 선택지인 수능 한 달 연기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 교육감의 입장은 학사 일정 변경에 선을 그은 교육부의 입장과 엇갈린다. 지난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입시는 결정된 사항을 유지하는 것이 신뢰 보호를 위해 좋다. 입시에 관한 변동은 없다"고 밝힌바 있다.
교육부가 학사 일정을 더는 바꾸지 않는다고 밝힌 상황에서 교육감들의 등교·수능 연기 언급이 학생과 학부모의 불안감만 키운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런 지적에 대해 조 교육감은 "오히려 학부모님들이 불안하지 않도록 거꾸로 다양한 선택지를 말씀드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 확산 추이가 지금보다 더 심각해질 경우에 대비한 교육청의 등교 기준에 대해 조 교육감은 "이태원 사태와 같은 상황이 재연될 경우 지금의 고3 등교 형태와 고1~2 학생들의 격주 등교는 당연히 재검토 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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