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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적 검열·형평성 논란에도 'n번방 방지법' 법사위 통과

통신요금도 인가제서 신고제로

인터넷 기업들에게 불법 성착취 영상물 유통방지 책임을 지우는 'n번방 방지법'이 사적검열 논란에도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넘었다. 이동통신사업자 신규 요금제를 낼 때 정부 인가를 받아야 하는 현행 방식은 신고제로 바뀐다. 까다로운 등록절차로 불편함의 대명사로 꼽혀온 공인인증서 제도는 '전자서명법 개정안' 통과로 21년 만에 폐지된다.

국회 법사위는 이날 20대 국회 마지막 전체회의를 열고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전자서명법 개정안 △고용보험법 개정안 등을 통과시켰다.

'텔레그램 n번방 성착취 사건'을 계기로 입법화가 추진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과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즉 'n번방 방지법'은 불법 성적촬영물 유통을 막기 위해 인터넷 사업자들에 영상물 차단·삭제 의무를 부과하고 접속을 차단하는 것이 핵심이다. 사업자들은 불법촬영물 유통방지 책임자를 지정해 정부에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사업자가 의무를 다하지 못하면 3년 이하 징역이나 1억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그러나 국내업체 '역규제'와 사적검열 등을 우려한 업계의 강력 반발에도 입법부가 끝내 법안을 강행 처리하면서 '졸속'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지난 4일 발의된 전기통신사업법은 입법예고, 상임위 수석전문위원의 검토보고서 등 절차가 생략됐다.

무엇보다 'n번방 사건'을 야기한 텔레그램, 구글 등 해외사업자에 대해선 집행력이 떨어져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업체만 옥죄는 결과가 우려된다. 더욱이 모호한 법 조항 탓에 사업자들이 방대한 범위에서 불법촬영물 단속에 나설 경우 이용자들의 사생활 침해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일부 법사위원들도 이같은 우려를 제기했지만 미래통합당 소속 여상규 법사위원장은 "실효성 관련한 의문이 제기되긴 했지만 빨리 통과시켜 집행하는게 좋겠다"며 법안을 통과시켰다.

전기통신사업법이 처리되면서 이동통신사업자들의 숙원이었던 '통신요금신고제'가 도입된다. 새로운 통신요금 상품을 낼 때마다 정부 인가를 받도록 조항을 폐지하고, 신고제로 바꾸는 것이다. 인가제 폐지로 통신사간 요금제 경쟁이 활성화 될 것이란 기대도 나오지만, 제동장치가 풀리면서 요금 줄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높다.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유보신고제'는 이용자의 이익에 반하는 요금 인상 등이 포함된 요금약관을 반려할 수 있도록 15일간 심사를 진행하기 때문에 요금인상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전자서명법 개정안도 법사위 전체회의 문턱을 넘었다. 전자서명에서 공인인증서의 독점적 지위를 빼앗는 것이 골자다. 공인인증서는 지난 1999년 도입 이래 21년 만에 퇴출수순을 밟는다. 생체정보, 클라우드, 블록체인 등 다양한 전자서명 기술이 등장하면서 산업 경쟁력 강화와 국민 선택권 확대 등이 기대된다.

고용보험 적용대상을 예술인까지 확대하는 고용보험법 개정안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법안도 속속 법사위를 통과했다. 시행시기는 여야 합의에 따라 1년 뒤에서 6개월로 단축됐다.


외국인 소재 파악 일환으로 90일 이하 '단기체류 외국인 숙박신고제' 도입이 담긴 출입국관리법 개정안도 함께 처리됐다. 국내 91일 이상 머무는 외국인은 체류지 입증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위반 시 5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