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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끝까지 민생 외면한 20대 국회, 21대는 달라야

20일 제20대 국회의 사실상 마지막 본회의가 열렸다. 여야 합의로 코로나19 관련 법안, n번방 방지법,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기본법 등 133건의 법안이 통과됐다. 그러나 이보다 못지않게 시급한 민생 안건을 포함한 법안 1만5000여건은 처리하지 못했다. 20대 국회가 결국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한 채 막을 내린 셈이다.

20대 국회는 여러 모로 '역대 최악'이라는 뒷말을 낳고 있다. 우선 정량적 평가를 통해 그런 말을 들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4년 회기 전체 법안 처리율이 사상 최저치였던 19대 때(41.7%)에도 못 미치는 36.5%에 불과했다. 질적으로도 후한 점수를 줄만한 대목은 찾기 어려웠다. 속히 결론 내야 할 민생법안을 심의할 때는 '식물국회'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공수처 설치 등 정략적 현안을 놓고는 몸싸움과 고성이 오가는, 예의 '동물국회'로 돌아갔다.

특히 20일 본회의는 갈 데까지 간 '불임(不姙) 국회상'을 연출했다. 재계가 처리를 호소한 법안들을 외면하면서다. 얼마 전 대한상공회의소는 코로나19발 경제난을 이겨내기 위한 '20대 마지막 경제입법 과제'로 11개 법안을 선정했었다. 그러나 여야는 이 중 달랑 전자서명법 개정안 1건에만 응답했다. 탄력근로 확대 관련 근로기준법·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나머지 10개 법안은 사장됐다. 그러면서 여야는 교섭단체 정책연구위원 규칙 개정안을 짬짜미했다. 각 당에서 상임위에 파견하는 정책위원들을 10명 증원하면 연간 인건비만 70억원 이상 소요된단다. '코로나 국난' 속에 제 밥그릇은 키운 국회의 배짱이 놀랍다.

이런 20대 국회의 후진적 민낯을 다음 국회에서 다시 본다면 안될 말이다.
오는 30일 임기를 시작하는 새 국회는 첫걸음부터 심기일전해야 한다. 의장단이나 상임위원장 배분 등 원구성 단계에서부터 샅바싸움을 벌인 구태를 답습하지 말란 얘기다. 부디 '거여소야' 구도인 21대 국회는 일방적 주장 대신 경청하면서 합의를 일구는, 한 차원 높은 숙의민주주의의 진면목을 보여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