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후죽순' 리얼돌 체험방 "단속은 어려워"
여자교복 입혀도 "아청법 규제대상 아냐"
일각에선 딥페이크 밀거래 가능성도
[파이낸셜뉴스]프로축구팀 FC서울이 성인용 전신인형 일명 '리얼돌'을 경기장 내에 비치해 물의를 빚으면서 잠잠했던 성인인형 논쟁이 다시 불거졌다.
지난해 대법원이 리얼돌 수입허용 결정을 내리며 찬반갈등이 반짝 달아올랐다가 이내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이후 알게 모르게 '리얼돌 체험방'이 우후죽순 늘어나면서 단속에 대한 경각심도 높아졌다.
경찰은 현행법령 미비로 실질적인 단속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리얼돌에 교복 또는 청소년을 연상케 하는 의복을 장착해 사실상 유사성행위 업소처럼 운영해도 처벌할 규정이 마땅치 않다.
지난해 리얼돌 합법화를 외치며 일인 시위를 진행한 성인용품 판매사이트 대표 박찬우씨 모습. fnDB
■잠잠하던 '리얼돌' 논쟁 재부상
24일 성인용품 업계에 따르면 리얼돌은 최근 1년 간 가장 주목받는 '섹스토이'다. 일부 마니아 사이에만 찾던 제품이었으나, 지난해 대법 판결 이후 화제가 되며 관련 시장이 급속히 커졌다는 게 중론이다.
미국 어비스 크리에이션즈가 최초로 대량 제작해 판매한 리얼돌은 최근 미국과 일본, 중국, 동남아 등지에서 생산돼 전 세계로 수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제품은 최첨단 인공지능(AI) 기능을 탑재한 데다 재질이나 외형도 사람처럼 정교해 고가에 판매된다. 한국에 수입되는 리얼돌만 해도 판매가 기준 수백만원부터 1500만원에 달할 정도다.
다른 나라와 달리 한국에서 리얼돌 시장 성장이 늦었던 근본적인 이유는 완성도 높은 리얼돌 제작업체들이 해외에 있었기 때문이다. 관세청은 리얼돌 수입을 '헌법 질서를 문란하게 하거나 풍속을 해치는 물품'이란 이유로 막아왔다. 그런데 지난 2017년 한 업체가 세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며 시장 변화를 예고한 것.
1심 재판부는 '리얼돌이 사람의 존엄성을 해칠 정도로 몹시 닮았다'며 관세법 상 '풍속을 해치는 물품'에 해당해 수입금지 처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2심은 '의학수업을 위한 인형, 인체의 신비를 주제로 한 박물관 전시 인형'과 달리 봐야 할 이유가 없다며 인간과 닮았다는 이유만으로 수입을 금지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지난해 6월 대법원은 "사적이고 은밀한 영역에 대한 국가의 개입은 최소화돼야 한다"는 취지로 2심 재판부의 판결을 확정했다.
17일 프로축구팀 FC서울이 관중석에 성인용품 업체로부터 협찬받은 리얼돌을 배치했다 논란을 샀다. 해당 리얼돌이 들고 있는 피켓엔 판매 중인 리얼돌 이름이 박혀 미허가 성인광고가 아니냐는 논란이 됐다. 프로축구연맹은 FC서울에 벌금 1억원을 부과했다. 커뮤니티 캡처.
■'양성화냐 단속 대상이냐' 찬반 지속
대법원 판결 이후 리얼돌 유통은 사실상 양성화됐다. 법원이 판단한 '사적이고 은밀한 영역'이 일부 사업가 및 자영업자들에 의해 집 안이 아닌 번화가 한 귀퉁이에 뿌리를 내린 것이다. 일명 '리얼돌 체험방'이라 불리는 업소로, 고객들이 돈을 내면 일정시간 동안 리얼돌과 '은밀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한 리얼돌 체험방 브랜드는 올 1분기까지 전국에 70개 점포를 여는 등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일부 자영업자들도 가세해 연말이면 전국 리얼돌 체험방이 수백곳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 업체 관계자는 "(리얼돌이) 비싼 모델이 많아서 구입보다는 체험방을 선호하는 수요가 분명히 있다"며 "제품마다 감이 다르다보니 핸드폰 사기 전에 이것저것 비교하는 그런 심리로 오는 사람도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리얼돌의 핵심 기능 중 하나가 여성의 성기를 재현한 것이란 점에서 사실상 유사 성행위 업소가 아니냐는 논쟁의 중심에 섰다는 점이다. 하지만 현행법상 이를 단속하긴 어렵다. 한 경찰 관계자는 "성매매는 사람이 해야 처벌할 수 있는 건데 성기구를 돈을 내고 빌려주는 걸 법 위반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법규가 있어야 단속이고 처벌이고 할 수 있는데 여성이 직접 성행위를 하는 게 아니다보니 (단속은)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일부 업소에서 리얼돌에게 청소년을 연상시키는 복장을 입혀 영업한다는 점도 도마에 올랐으나 이 역시 처벌이 어렵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아청법에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 처벌 규정이 있는데, 이게 매체나 출판물과 관련돼 있어 리얼돌 영업 규제는 아니다"라며 "지난해 정인화 의원이 아동형상 인형 수입·판매·처벌 규정을 발의했는데 통과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기술이 발전하며 리얼돌이 실제 사람의 외모를 그대로 본 따 유통될 가능성도 있다. 최근 논란이 된 딥페이크 포르노 영상과 같이 연예인이나 주변인을 본 딴 리얼돌을 제작해 판매할 경우 현행법에 저촉될 여지가 충분한 것이다.
이에 대해 이소희 변호사(법무법인 신원)는 "외모를 도용당해 피해를 본 사람은 초상권 침해, 명예훼손에 따른 민사상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고, 인격권 침해를 근거로 해서 리얼돌 제작 및 판매금지가처분신청을 할 수 있다"면서 "명예훼손죄에 해당한다고 판단되면 5년 이하 징역이나 10년 이하 자격정지, 1000만원 이하 벌금까지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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