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안 전인대 제출… 28일 표결
시위 참여자·오성홍기 모독 처벌
홍콩 금융허브 지위 타격 가능성
27일 홍콩 중심가인 코즈웨이베이 쇼핑지구에 보안법 반대 시위대가 한곳에 붙잡혀 있다. 이날 홍콩 당국은 입법회 청사부터 빅토리아 공원까지 바리케이드를 세우고 수백명의 경찰을 배치했다. 시위대는 플래카드를 들고 "광복홍콩 시대혁명" 등의 구호를 외쳤다. AP뉴시스
【 베이징=정지우 특파원】홍콩 국가보안법을 둘러싼 미중 갈등이 타협없는 강대강 대립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이 이번 주 중국에 대한 강력한 제재 조치 예고로 압박에 나섰지만, 중국은 홍콩 국가보안법의 처벌 대상을 오히려 확대해 정면충돌 양상을 보이고 있다. 양국이 절충점을 찾지 못하면 홍콩과 중국에 대한 미국의 제재는 결국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 경우 장기적으로 세계 경제·외교에도 상당한 타격이 우려된다.
■트럼프 "아주 강력하게..."
27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중국에 대한 미국의 제재 가능성에 대해 "우리는 지금 뭔가를 하고 있으며 이번 주가 끝나기 전에 듣게 될 것"이라며 "내 생각에 아주 강력하게…"라고 시사했다.
미국은 중국 전국민인대표대회(전인대)가 홍콩 의회를 건너뛰고 오는 28일 직접 홍콩보안법 제정을 추진하자 홍콩의 자치권과 인권 보장을 훼손하는 일이라고 반발하면서 강력대응 입장을 밝혀왔다. 미국이 그 동안 주장했던 발언을 감안하면 제재 조치는 홍콩이 누려왔던 '아시아 금융 허브 지위' 특혜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은 1992년 홍콩정책법을 제정해 홍콩에게 중국 본토와는 다르게 관세 등 분야에서 혜택을 부여해 왔다. 이 덕분에 홍콩은 금융 허브로 성장할 수 있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도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그(트럼프)는 중국의 시도에 불쾌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홍콩을 탄압하려고 시도하는 중국 관리와 기업, 금융기관에 대한 광범위한 거래 통제와 자산 동결도 압박 수단으로 거론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소식통을 인용, "중국 관리들과 기업들의 거래를 통제하고 자산을 동결할 수 있다"면서 "정부 부처간 협의가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中 관영 "허풍일 뿐"
반면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미국의 이 같은 '중국 때리기'에 대해 "허풍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코로나19로 미국이 제 앞가림하기도 바쁠 것이라는 취지다. 또 미국이 부여한 특별 무역 지위는 홍콩의 금융 중심지 여부를 결정하는 결정적 요소가 아니며 중국 본토가 호황을 유지하는 한 홍콩은 쇠퇴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 정부도 강대강 대응을 고수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전인대 헌법·법률위원회는 '국가안전을 위해하는 행위를 예방, 금지, 처벌한다'에서 '국가안전을 위해하는 행위와 활동을 예방, 금지, 처벌한다'는 내용으로 수정한 홍콩보안법 초안을 전인대 주석단에 제출했다.
홍콩보안법 초안이 홍콩 시위에서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를 태우거나 중국 국가 휘장을 훼손하는 개인의 '행위'를 처벌하는 내용을 담았다면 수정안은 이 시위 '활동'에 참여한 모든 사람을 처벌할 수 있게 한다는 의미다.
전인대 홍콩 대표 중 한 명인 마이클 티엔은 "시위 중 갑작스럽게 폭력 행위를 할 수도 있는데, 이럴 경우 본의 아니게 이 폭력 시위에 참여하게 된 사람들까지 처벌받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홍콩보안법 초안은 28일 전인대에서 표결된다.
한편 홍콩 입법회는 이날 회의를 열어 국가법 초안을 2차 심의했다. 법안은 심의를 거쳐 내달 4일께 입법회를 통과할 것으로 관측된다. 법안은 중국 국가를 장례식에 사용하거나 공공장소 배경 음악, 상업광고 등에 사용하고 풍자나 조롱 가사로 바꿔 부르는 행위를 금지했다. 국가가 연주될 때 가슴에 손을 대는 행동 역시 할 수 없다. 이는 미국식 경례이기 때문에 중국식인 차렷 자세를 해야 한다. 아울러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를 모독해도 처벌받는다. 이러한 조항들을 어기면 최고 징역 3년 형이나 5만 홍콩달러(약 800만원)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같은 날 범민주 진영은 홍콩 시내 곳곳에서 국가법 반대 시위를 벌였고 이 과정에서 300여명이 연행됐다.
중국을 향한 미국의 공세가 갈수록 수위를 높이고 중국도 물러서지 않으면서 세계 각국은 글로벌 경제·외교·정치에 미칠 후폭풍 우려를 고심하고 있다. 한국도 28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주요부처, 싱크탱크 관계자가 참여한 외교전략조정회의를 열고 대응책 마련에 머리를 맞댄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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