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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교수업 마치고 PC방 직행…밀폐된 공간에 에어컨도 무방비

등교수업 마치고 PC방 직행…밀폐된 공간에 에어컨도 무방비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 뉴스1


등교수업 마치고 PC방 직행…밀폐된 공간에 에어컨도 무방비
13일 성동구청 직원이 관내에 있는 PC방을 방문해 현장을 점검 및 코로나 19확산 예방 홍보활동을 하고 있다.(성동구청 제공) 2020.3.13/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박종홍 기자 = 28일 정오 무렵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의 한 PC방. 중학생 2명이 간격을 두지 않고 붙어 앉아 인기 사격 게임을 하고 있었다. 한 명은 덴탈마스크를, 다른 한 명은 면마스크를 각각 턱에 걸친채 입과 코를 드러낸 상태였다.

중학생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붙어 앉아 있었지만 PC방 측의 제재는 없었다. 해당 PC방은 문 앞에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환기 중입니다. 문 닫지 말아주세요'라는 안내문을 붙였지만, 안내와 다르게 문도 닫혀 있었다.

지난 20일 고등학교 3학년을 시작으로 학년별로 순차적 등교개학이 실시되는 가운데, 학생들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예방하기 위해 학교뿐 아니라 PC방이나 학원, 스터디카페 등 학생들의 방문이 잦은 곳도 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날 정부가 수도권에 한해 PC방과 학원의 운영자제를 권고하는 행정명령을 내렸지만, 초창기 시행됐던 사회적 거리두기보다 완화된 조치라 이것만으로는 부족하지 않냐는 지적이다.

개별사업장들의 자발적인 방역조치가 느슨해진 모습도 목격됐다. 이날 <뉴스1>이 대치동 일대 PC방 4곳을 확인한 결과, 입장하는 손님의 손소독 여부와 체온을 확인한 업소는 한 곳뿐이었다. 나머지 3개 PC방은 손님이 입장해도 체온을 확인하지 않았고 손소독제는 사용하지 않아도 들어갈 수 있었다.

이재영군(16·가명)은 "PC방에 오는 게 감염 걱정이 된다"며 "쉴 곳이 여기밖에 없어 오지만 위험하다고 생각해 하루에 40분 정도만 있는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바깥 출입이 잦아지면서 등교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학생들 사이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모든 학년 학생들이 학교에 있으면 아무래도 학생들 사이 간격이 좁아지고 코로나19 전파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PC방이나 학원, 스터디카페 같은 학교 바깥에서 감염된 뒤 학교 안에서 전파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PC방은 지하에 위치해 창문이 없는 경우가 많아 환기에 어려움이 있고, 스터디카페는 집중력 향상을 이유로 공기청정기를 가동시키는 곳이 많아 코로나19의 주 감염원인 비말(침방울)을 더 멀리 퍼뜨릴 가능성이 높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PC방 같은 곳들은 문을 닫은 채 에어컨을 틀고 이용자들이 마스크를 벗고 있는 경우도 많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플라스틱에서는 3~4일 이상 생존하는 것으로 나와 키보드나 마우스, 모니터 등은 감염 매개체가 되기 쉽다"고 우려했다.

김탁 순천향대 감염내과 교수도 "에어컨이나 공기청정기는 공기를 흡입한 뒤 순환시켜 바람을 더 멀리 날려보내기 때문에 침방울을 멀리 전파시킨다는 것은 입증이 된 사항"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조금 더 강력한 방역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천 교수는 "학생들은 (면역력이 높아) 코로나19 잠복기에도 무증상으로 전파시킬 수 있다"며 "학교 외 시설들이 방역에 새로운 허점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사업장들이 방역지침을 철저하게 지키도록 관리감독해야 하며 필요하면 영업제한 조치도 시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도 "PC방이나 다른 업소들의 영업을 유지하려면 코로나19 환자 발생을 감수하겠다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데, 그렇지 않은 것 같다"며 사회적 거리두기에 방점을 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