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의료현장 과제
간호업무 강도 비해 임금 낮아
의료 질 떨어지고 이직 부채질
간호관리료 차등제 '지지부진'
근무환경 개선·제도정비 시급
한국 의료 현장에 불법이 만연하다. 중소규모 병원은 법정 최소 인력도 확보하지 않고 운영하는 경우가 수두룩하고, 대형병원조차 의사업무를 PA(Physician Assistant)라 불리는 간호사에게 떠넘기는 사례가 적지 않다. 피해는 환자에게 돌아간다. 의료사고 발생률이 높아지고 간병을 환자 가족이 떠맡아 부담이 상당하다.
당국과 의료계 등이 △간호사 이탈방지를 위한 제도 및 문화개선 △보건복지부와 지자체 감독 강화 △보험수가 적정보상 등을 대안으로 내놨지만 어느 하나 제대로 진행되는 것이 없다.
■간호사 근무환경 개선으로 잡아야
의료계 내부에서는 코로나19 장기화와 건강보험 국민부담 가중 등을 계기로 보건의료체계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간호사 부족현상 심화와 의료현장에 만연한 불법행위, 보건당국의 부실한 관리감독이 대규모 참사로 이어질 것이란 위기감도 상당하다.
2일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간호사 평균임금은 월 평균 329만원(세금 포함)이다. 신규간호사는 평균 276만원을 받았다. 같은 조사에서 의사와의 격차는 4배를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업무강도에 비해 임금 및 임금상승률이 낮다는 점은 의료기관을 그만두는 주요 이유로 응답됐다.
근무여건도 간호사들이 현장을 등지는 주요 이유다. 간호사들은 통상 3교대 근무를 한다. 데이(오전 7:30~ 오후 3:30)·이브닝(오후 2:30~오후 10:30)·나이트(오후 9:30~다음 날 오전 8:30)로 구분되는 근무체계로, 체력적 부담이 크고 삶의 질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에 단시간 근무제와 주말전담제 등 탄력적 인력운용, 인력충원을 통한 2교대 근무 등이 대안으로 제시된다. 경찰 파출소와 소방서 등이 4조 2교대 근무를 기본으로 삼은 뒤 근무자의 삶의 질이 크게 개선됐다는 평가를 받은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문화적인 부분도 개선돼야 한다. 2018년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발표한 간호사 인권유린 실태 설문조사 결과는 간호사가 놓여 있는 근무현실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통계에 따르면 간호사 10명 중 6명이 폭언을, 4명이 조직적 괴롭힘을 경험했다. 시간외수당을 받지 못하는 간호사 비율은 70.6%, 휴게시간을 보장받지 못하는 병동 간호사는 95.4%에 달했다.
■있는 법 시행하고 제도 정비 나서야
특히 법정 최소 간호인력 유지,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통한 의료 질 향상이 현장에서 이뤄지지 않는 데는 보건당국의 소극적 법 집행이 한 몫을 하고 있다.
뿐만 아니다. 정부는 의료기관의 간호사 인력확보를 독려하고자 간호관리료 차등제를 지난 20년 동안 시행해 왔으나 정작 참여가 필요한 지방 및 중소규모 병·의원은 제도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등급에 따라 간호관리료를 차등지급해 간호사 고용을 독려하기 위한 취지였으나 다수 의료기관이 낮은 등급을 받을 게 두려워 신고조차 않고 있는 실정이다.
2015년 기준 미신고기관은 전체의 68% 수준으로, 미신고로 최하등급을 받는 것이나 신고해서 최하등급을 받는 것이나 큰 차이가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와 관련해 △시간제 간호사나 야간전담 간호사 확대를 위한 산정조건 기준 개선 △간호인력에 대한 철저한 현지조사 및 모니터링 △허위신고에 대한 행정처분 강화 등의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이 높지만 어느 하나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신영석 박사는 "정부 입장에서는 간호사를 고용하는데 재정을 투입해야 하는 게 부담이고, 병원 입장에선 환자 입원료 25%가 간호사 몫인데 그것만 가지고는 월급 반도 안 돼 부담이 되는 상황"이라며 "합의를 보려면 이해당사자가 동시에 참여해서 문제를 제기하고 중지를 모아 입법까지 가야 하는데 쉽지가 않다"고 설명했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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