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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주식시장 과열 우려 고조

[파이낸셜뉴스] 미국 주식시장이 비정상적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미국인 10만명 이상이 목숨을 잃고, 수천만명이 일자리를 잃은데다 지난주 아프리카계 미국인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관에게 목숨을 잃은 뒤 8일째 이어지는 대규모 시위와 폭동, 여기에 미국과 중국간 긴장 고조 등 악재가 켜켜이 쌓이고 있지만 주식시장은 상승흐름을 멈추지 않고 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는 주식시장이 하강에 취약해졌다고 경고했고, 강세론자들도 속속 비관론으로 기울고 있다.

3일(이하 현지시간) 뉴욕증시는 대형 우량주 중심의 다우존스 지수가 500포인트 넘게 올랐고, 500개 대기업으로 구성돼 시황을 가장 잘 반영하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1.4% 가까이 뛰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사상최고치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사상최대 부양책과 '낙오' 두려움
미국이 1968년 이후 최악의 인종위기를 겪고 있고, 코로나19 상황이 완전히 가라앉지도 않았으며, 미국과 중국간 긴장은 다시 고조되고 있지만 시장은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CNN비즈니스는 3일 전문가들을 인용해 그 주된 배경으로 대규모 부양책과, 시장 상승세에 올라타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꼽았다.

이는 심각한 경기침체와 사회불안, 무역전쟁 우려 속에서도 주식시장의 강세를 부르고 있다.

RSM 인터내셔널 수석 이코노미스트 조 브루셀라스는 월스트리트와 실물경제 간에 이처럼 간극이 벌어진 적은 없었다면서 "시장이 고장났다"고 규정했다.

브루셀라스는 "시장은 더 이상 실물 경제와 밀접하게 연계된 미래 전망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어느 시점이 되면 대중들은 시장이 조작됐다고 말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노벨상 수상자인 실러 교수도 주식시장이 하강에 "취약해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기존 경제학 모델로는 앞날을 예측하기 어렵게 됐다고 지적했다.

시장과 실물경제가 괴리된 주된 원인 가운데 하나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대규모 부양책이다. 연준은 코로나19에 따른 경기침체를 완화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떨어뜨리고, 무제한 채권 매입을 약속했으며, 사상최초로 회사채 매입에 나서 상장지수펀드(ETF) 투자를 통한 정크본드 매수도 도입했다.

인베스코의 글로벌 시장전략 책임자 크리스티나 후퍼는 지금 시장 상승세는 거의 전적으로 제폼 파월 연준 의장 효과라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연준의 부양책이 시장과 실물경제간 괴리를 불렀다는 것이다.

2009년 저점을 찍고 사상최대 강세장을 보였던 2008년 세계금융위기 당시의 교훈도 한몫하고 있다. 당시 주식시장이 다시 하강할 것이라는 전망을 무시하고 증시는 10년 넘는 초장기 호황을 기록했다.

이번 3월 폭락장에서는 이를 교훈 삼아 투자자들이 앞다퉈 상승장을 놓치지 않으려 앞 뒤 재지 않고 무조건 주식시장에 뛰어들었다. 상승세를 놓칠 수도 있다는 낙오에 대한 두려움이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어 이성적인 판단이 개입할 여지가 적어졌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낙관론은 '무조건 투자'심리를 강화하고 있다. 실러는 트럼프의 낙관을 스스로 믿느냐 여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다른 투자자들이 이를 믿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커지는 비관론
미 경제가 회복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고, 코로나19 확산세도 안정권으로 접어드는 등 주식시장 상승세에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최근 온갖 악재 속에서도 주식시장의 상승 흐름이 되레 강화되는 것에 대해서는 낙관론자들도 우려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여러 긍정적인 지표가 있기는 하지만 심각한 악재가 중첩되는 가운데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이 3월 저점 이후 7조달러 폭증하고, 나스닥 지수는 사상최고치 수준에서 움직이면서 강세론자들도 점점 비관으로 기울고 있다.

아카데미증권의 거시전략 책임자 피터 처는 S&P500 지수가 불과 1주일전 자신이 3000에서 3200으로 상향조정했던 목표치에 도달하지도 못했지만 벌써부터 매도로 기울고 있다.

그는 계속해서 고조될 것으로 예상되는 미중 긴장을 비롯해 악재들이 많다면서 여전히 시장이 상승 흐름을 탈 것으로 예상은 하지만 위험노출 비중을 축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세론자인 애버딘스탠더드인베스트먼츠의 미 주식 부문 책임자 랠프 배셋도 시장의 과열에 우려하고 있다. 그는 코로나19 2차 확산을 비롯한 외부 충격 위험이 높은데다 주식시장은 경제가 침체에서 벗어났을 때 혜택을 보게 될 경기순환주도 이미 고평가 상태에 들어갔다고 지적했다.

배셋은 시장이 하강 우려를 가격에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경고했다.

3월 23일 시장 저점 사흘 전 주식 매수를 시작했던 퍼시픽 라이프 펀드 어드바이저스도 시장 전망에 회의적이다.

퍼시픽의 자산배분 책임자인 맥스 고크먼은 실업수당 신청, 제조업지수 등 경제지표들이 개선되고는 있지만 지금의 가격 흐름을 정당화해주는 V자의 급속한 회복과는 거리가 먼데다 미중 긴장 역시 고조되고 있어 주식시장 흐름이 고꾸라질 변수들이 점증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