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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n패트롤〕 케이블카 늪에 빠진 울산 산악관광 '빛좋은 개살구'

신불산 케이블카 집착에 주변 황폐화...땅값 상승만 부추겨 
등억온천단지는 20년 넘게 개발중단
치솟은 땅값은 개발 기회 저해

 〔fn패트롤〕 케이블카 늪에 빠진 울산 산악관광 '빛좋은 개살구'
울산시 울주군 상북면 영남알프스 복합웰컴센터와 등억온천단지 일원 /사진=울산시 제공

【파이낸셜뉴스 울산=최수상 기자】 수려한 산세의 영남알프스를 끼고 있는 울산은 국내 산악관광의 새로운 보고로 평가 받고 있는 곳이다. 하지만 실상은 ‘빛 좋은 개살구’이다. 산 주변은 20년이 넘는 세월동안 부동산 투기의 대상으로 전락했고 인프라 확충은 중단됐다. ‘산악 케이블카’에 대한 막연한 환상이 빚어낸 부작용이라는 지적이다.

■ 잡초만 무성한 울산 산악관광 전진기지
울산의 산악관광 전진기지로 조성된 곳은 울주군 상북면 신불산 자락에 위치한 등억온천단지이다. 이곳은 전국 최대 규모의 온천단지와 산악관광 붐을 기대하며 지난 1998년 기반시설이 준공됐다.
하지만 22년이 흐른 지금 71만 2300㎡의 넓은 부지에는 몇몇 곳의 숙박시설과 음식점만 운영되고 있을 뿐 문닫은 리조트와 온천시설은 폐허촌을 방불케 한다. 건물이 들어서야 하는 구획된 토지에는 잡초만 무성하다.

관할 울주군이 이 지역 활성화를 위해 영남알프스복합웰컴센터를 건립한데 이어 몇 년전부터 울주국제산악영화제도 해마다 개최하고 있지만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 온천단지와 주변 땅값이 계속 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같은 시기 시작된 신불산 케이블카 설치 소문이 퍼진 뒤 빚어지고 있는 현상이다.

준공 초기 지역발전을 위해 몇몇 온천탕과 숙박시설이 서둘러 문을 열었지만 얼마가지 못해 황망하게 폐업한 것도 이 때문이다. 케이블카 설치 소문에 땅값이 치솟자 비싼 값에 땅을 되팔 수 있다고 판단한 땅주인들이 관망세로 돌아서면서 추가적인 개발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 케이블카 사업에 인공호흡기 달아줘
더 큰 문제는 이후 약 20년이 흘러 지난 2018년 6월 케이블카 사업(공식명칭은 ‘영남알프스 행복 케이블카’)이 환경훼손 가능성으로 인해 환경부로부터 부적격 결정을 받아 물거품이 됐지만 계속해서 땅값이 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지역 표심을 의식한 관할 지자체인 울주군과 울산시가 케이블카 포기를 선언하지 않고 또 다시 제3자 공모방식으로 사업을 계속 추진하면서다.

울주군이 현재 준비중인 ‘영남알프스 행복 케이블카’ 제3자 공모안은 이달 말 나온다. 이 공모안에 관심을 보이는 곳은 대명건설이다. 대명건설은 지난해 제3자 공모방식으로 진행된 울산 대왕암공원 해상케이블카 사업에 참여하면서 울주군의 산악 케이블카 사업도 함께 맡겠다는 의향을 보였다.

이같은 양상에 대해 케이블카 설치를 반대하는 일각에서는 “사망선고를 내려야 할 산악 케이블카 사업에 인공호흡기를 달아줬다”고 비판한다.

한 환경운동가는 "전국에 케이블카가 너무 많아 이제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니라 애물단지가 되고 있다"며 "케이블카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지역 산악지형에 맞는 친환경 관광 모델을 만드는 것이 오히려 상품이 되는 일이다"고 충고했다.

케이블카 포기를 공식 선언하면 땅값도 떨어지고 케이블카를 대신할 새로운 산악관광 수익 모델을 발굴할 수 있는 계기도 만들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일부에서는 고산지대로 연결된 임도에 친환경차량인 수소차를 운행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