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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구속영장 기각…검찰과 법리공방 예고(종합)

이재용·최지성·김종중 모두 구속 면해
법원 "기본 사실관계 소명·상당 증거 확보"
"재판과정에서 공방과 심리 거쳐 결정해야"
檢 "법원 결정 아쉽다..향후 수사에 만전"

이재용 구속영장 기각…검찰과 법리공방 예고(종합)
불법 경영승계 의혹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마치고 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 사진=박범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경영권 부정 승계 혐의로 구속 기로에 섰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가까스로 구속을 면했다. 하지만 법원이 기본적 사실관계가 소명됐다고 인정하면서 검찰과 이 부회장 측의 치열한 법리공방은 이어질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원정숙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9일 "불구속 재판의 원칙에 반해 피의자들을 구속할 필요성 및 상당성에 대해 소명이 부족하다"며 이 부회장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함께 구속심사를 받은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과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 역시 같은 이유로 구속을 면했다.

하지만 원 부장판사는 검찰이 수사를 통해 기본적 사실관계를 소명했다며 향후 치열한 법리공방의 여지를 남겼다.

원 부장판사는 "기본적 사실관계는 소명됐고 검찰이 그 동안의 수사를 통해 이미 상당 정도의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 부장판사는 "사건의 중요성에 비춰볼 때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 및 그 정도는 재판 과정에서 충분한 공방과 심리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고 전했다.

검찰 관계자는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 이후 "사안의 중대성, 지금까지 확보된 증거 자료 등에 비춰 법원의 기각 결정을 아쉽게 받아들인다"며 "영장재판 결과와 무관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향후 수사에 만전을 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의 구속심사는 검찰과 변호인단의 치열한 법리공방 속에 장시간 진행됐다. 검찰은 150쪽의 영장청구서와 20만쪽 분량의 수사기록을 토대로 이 부회장의 구속 필요성을 역설했다. 변호인단 역시 검찰의 주장에 맞서 이 부회장의 구속을 막기 위한 주장을 펼쳤다.

전날 오전 10시 30분부터 시작한 이 부회장의 구속심사는 오후 7시가 돼서야 마무리됐다. 8시간 30분이 소요됐는데, 이는 국정농단 혐의로 구속심사를 받았던 박근혜 전 대통령(8시간 40분)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긴 시간이다.

검찰은 미리 준비한 프레젠테이션(PT) 자료, 수사를 통해 확보한 미래전략실 문건 등의 증거, 관련자 진술을 토대로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일어난 불법행위를 미리 보고 받거나 지시했다는 혐의를 입증하는 데 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변호인단은 이 부회장이 합병과 관련 불법적인 내용을 보고 받거나 지시한 적이 없고, 오랜 수사로 대부분의 증거가 수집됐다는 점에서 증거인멸의 우려 역시 없다는 주장을 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검찰이 이 부회장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이제 관심은 검찰수사심의위원회(심의위)로 쏠리게 됐다. 서울중앙지검은 오는 11일 부의심의위원회를 열어 이 부회장 사건을 검찰수사심의위에 회부하는 안건을 논의할 계획이다.

앞서 지난 2일 삼성전자는 합병·승계 관련 의혹 사건에 대한 검찰의 공소제기의 타당성을 판단해달라며 검찰수사심의위 소집을 신청했다.
기소 여부에 대한 최종 판단을 검찰보다 외부 전문가들에게 맡기는 게 유리하다고 보고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원칙상 검찰수사심의위 개최 여부는 구속영장 발부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하지만 이날 법원이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함에 따라 부의심의위원회는 물론, 검찰수사심의위 역시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jasonchoi@fnnews.com 최재성 기자